오애도 2013. 9. 30. 18:23

 큰오빠가 버섯 따러 갔다가 산삼을 캤다고...

나더러 알아보라길레 인터넷에 올라 있는 무슨 감정원인가에 전화 해서 사진을 보냈더니 몇천만원짜리는 아니지만 몇 백은  나가는  장뇌삼이란다.

그래도 산삼은 산삼인지라 약효가 있을 것이니 자알 먹으라고 하더라는...

 

 

 

 

요즘은 제법 저런 산삼의 발견이 흔한 듯...

꽤 많이 질문도 사진도 올라와 있었다.

 

 

근데 정말 산삼 먹으면 대단한 효과가 있나...

건강한 사람은 훨씬 건강해지고 아픈 사람들은 툴툴 털고 일어나게 되는 건가...

 

어쨌거나 저런 산삼을 봐도 먹고 싶구나~~ 하는 생각은 하나도 안 드는 거 보면 나는 건강한 인간인 모양이다.

어릴 때 보약이나 뭐 이런거 한 번 먹어 본 적 없고 영양 가득한 음식이라는 것도 챙겨 먹진 않았지만 이만하면 자알 살아온 것이다.

 

어릴 때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며 먹었던 야생의 것들이 요샌 종종 대단한 건강식품으로 호평을 받는 거 보면 신기하다.

나 어릴 때 텃밭에서 아직은 여린 가지를 입이 퍼렇게 따 먹고 어린 완두콩이나 덜 찬 풋고추 같은 것도 심심하면 따 먹었었다. 오디며 산딸기며 풋밤이나 대추 이런 것도... 이른 새벽 풀섶에 떨어진 홍시며 해박주가리의 여린 속살, 찔레순의 떫고 아삭이는 맛, 삘기의 들척지근한 풋내...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열매들은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모른다.

 

내 유년은 그렇게 햇빛 따가운 들녘에서 제법 굶주림이라고 해야 할 식탐의 순례가 잦았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한없이 한없이 쓸쓸한 풍경이다. 그리고 그렇게 풋풋한 것들로 채워졌던 육체는 이제 냉장고의 시든 음식들로 채워져서인지 시든 풀처럼 생기가 없다.

 

산삼을 보며 으쌰 기운이 나는 게 아니라 어릴 적 쓸쓸한 풍경 속에 놓여있던 내 여린 어깨가 문득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