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주말, 밤은 깊었네.

오애도 2013. 7. 6. 23:36

시험 기간의 중간...

주말이 낀 관계로 태풍의 눈처럼 오늘은 오전 중으로 끝내고 한가하다. 내일은 열 두시간 이상 쉬는 시간없이 수업이다.

얼라들은...

시험기간이나 되어야 공부하는 척을 하는 것이고 나도 시험기간이나 되어야 날카롭고 냉정하고 빈틈없는 사교육 선생이 된다. 하여 종종 선생님 왜 화를 내세요? 라는 말도 듣는다.

 실실 웃으면 널럴하게 수업하다가 빡시게 몰아치니 애들은 그것이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나 난... 화를 자주 내거나 짜증이나 신경질을 내는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화를 낼 때 난 화를 내는 이유를 정확하게 아이들한테 설명한다. 알아 먹거나 말거나... 못 알아 먹으면 아무리 어리더라도 덜 된 인간이거나 어리석은 게 분명하다고 믿는데 사실 못 알아먹는 애들은 거의 없다. 게다가 난 내 감정이나 기분때문에 화를 낸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다.

 어쨌거나 공부를 못하는 것은 흉이 아니지만 어리석은 것은 흉이다. 또한 어리석음은 나이가 어리기 때문인 것도 결코 아니다. 무지나 무식하기 때문도 물론 아니다. 어쩌면 그것은 안목의 문제인지도...

 물론 나도 분명 어리석은 구석이 있다. 아니 아주 많을 지도 모른다. 그것을 늘 어떻게 깨치며 살아야할까가 내 일상의 화두.

 최악의 어리석음은 역시 스스로 어리석다는 생각조차 안하거나 못하는 사람...

 이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닌데 옆길로 샜다.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이 잘 나온 얼라도 있고 열심히 했지만 생각보다 그렇지 못한 얼라도 있다. 열심히 했는데 못 나온 것에 대해 난 시비걸지 않는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성적이 올랐다는 것은 사실 시험 난이도의 문제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잘 나온 것이 내 덕이 아니듯 못 나온 것이 내 탓도 아니다. 모두 최선을 다했으면 된 것이다.

 

요새 가끔, 다른 것은 다 관두고라도 나 닮은 딸은 하나 어케든 낳아 볼걸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여 내가 찾아내고 나만 볼 수 있는 귀한 것, 옳은 것, 가치있는 것, 아름다운 것, 바르거나 깨끗한 것 따위를 공유한다면 참으로 좋았겠구나... 하는. 그리하여 나이 먹어가며 점점 이것저것 비어가는 에미대신 그 아이는 튼실하게 채워져 어느 날 문득 껍데기만 남아 돌아갈 날이 올 때 쯤이면 제법 흐뭇한 마음이 되지 않을까?

  적어도 나는 내가 조잡한 안목을 가졌거나 천박한 가치관을 가진 인간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여 내가 아이를 낳아 키웠다면 그것을 가장 지양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 녀석들 중에 시험 기간 조차도 아무 생각없이 뺀질대는 얼라한테 즈이 엄마가 할 잔소리를 대신 하면서  에효 무자식이 상팔자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또 나처럼 대단히 집요해서 많은 것을 꿰뚫고 있는 인간을 엄마로 두고 있는 자식도 대단히 피곤하겠지 생각해 보면 이래저래 혼자 살다 조용히 가는 것이 좋을 듯 하다.

흠...

아직도 우물 속에 잠겨 있는 듯한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