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습한 저녁...
일주일 동안 거의 공황상태...
다섯 달 동안 하루에 길게는 열 네시간 이상 적어도 열시간 가까이는 늘 하던 일이 그만 뚝!!! 했으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누가 뭐라든 난 더 할 수 없을만큼 최선을 다했고 그 최선을 다 하는 동안은 기쁘고 즐거웠다.
이젠 뭘 할까?를 잠깐 생각해 봤는데 외국어나 수학 공부따위를 그렇게 하면 정말 대단한 결과가 나올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게 그렇게 즐거울 지는 의문이지만...
이번 주부터 얼라들 시험기간인지라 주말부터는 사실 대단히 바빴다. 다음 주까지는 정신이 없을 것이고 단 보름동안 시장은 저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오는 바람에 제법 만신창이가-??- 된 계좌를 살려야한다.
기다릴 것은 기다려야 하고 뒤집고 엎어야 할 것은 뒤집어야겠지. 덕분에 며칠 전부터 한동안 접어두었던 챠트공부와 종목 공부를 눈 벌겋게 시작했다. 스트레스 작렬이긴 하지만 빠져야하고 매달려야 할 게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거나 눈 빛내며 달려들 게 없는 일상은 죽은 일상이다.
다만 문득문득 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근원적인 삶에의 쓸쓸함과 슬픔때문에 가슴 한편이 저릴 때가 잦다.
어쩌면 내게는 극단적인 허무주의같은 게 썰물 때도 드러나지 않는 바위인 속여처럼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경치, 아직 자라지 않은 순진한 아이들, 낡은 티셔츠, 읽히지 않는 책 따위와 문득 맞닥뜨리면, 이 험한 세상에 나는 왜 살고 있으며 살아야 할 이유 따위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통증처럼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건... 뭐 갱년기 증세겠지. 물리적이고 육체적인 것의 쇠퇴가 정신이나 영혼 같은 걸 지배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경이롭다.
날씨는 덥고 그 때문인지 그닥 생기가 일어나지 않는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