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애도 2013. 4. 20. 23:57

방송국에서 온 인터뷰지를 다아 채우고 마지막으로 응원단 명단을 적으려고 올 사람을 물색했다.

뭐 미리 얘길 했고 엄니 모시고 와야하니까 큰오빠 내외랑 엄니랑 재은이-는 정말 일부러라도 불렀다. 쇼프로그램 방청도 아니고 비공개 교양프로그램이니까 보고 들을 경험이 얼마나 클까 싶어서- 뭐 일케 쓰면 되겠다 싶어서 확인차 전활 했더니 큰오빠는 회사일 땜시 못오겠고 재은이는 그냥 안 데려온다고 하고...

 하여 서울의 둘째 올케에게 전활 했다. 지난번에 조카한테 미리 얘길 해 놓았던 터라 인원이 네 명만 입장이 되는데 어쩌나 걱정을 했었는데 뭐 두 사람이 빠진다니까 이참저참 잘됐다 싶어서 조카 데리고 오라고 했다. 뭐 오케이!! 그랬는데 잠시 후 몸이 아파서 그때까지 나을 지 어쩔 지 모르겠단다. 흠... 뭐 할 수 없죠... 하는데 이건 내가 무신 동냥아치도 아니고... 기분이 영 그랬다. 이거이 뭐임?

 하여 괜히 모두들 관두쇼~~ 내가 엄니 모시고 혼자 가겠소!! 하고 끊었다.

 내가 후레자식이었나? 그동안 집에다 가족에다 한 게 아무것도 없었나? 이 나이 먹도록 나 위해서 혹은 나때문에 와달라고 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 결혼도 안 했으니 결혼식에 찾아올 일도 없었고 얼라를 낳지 않았으니 돌이나 백일 따위도 치른 적 없고 생일도 내 손으로 씩씩하게 차려먹었고 아파서 죽을 거 같아도 내 몫이니까... 하고 꾹 참고 혼자 병원가서 자알 살아 나왔다. 뭐 앞으로도 특별히 나 위해 찾아와 주쇼~~ 할 일도 없을 거 같고...  좋은 일에 찾아오는데도 인색한데 궂은 일에는 말 할 필요도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흠...

 너무 씩씩하게 살았나 보다. 그리고 오바 안 하기로 해놓고 또 오바를 한 것이다. 이런!!!

속 좋게, 혹시 잘 돼서 달인돼 상금타면 형제들한테 얼마씩 떼어줄까 뭐 이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 ㅋㅋㅋ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멍청아!! 정신 차려라...

오늘 종일 곰곰 생각해보니 사실 누구 잘못도 아니다. 일부러 그들이 날 외면하는 것도 아닐테고 핑계를 대서 안 오려고 용을 쓰는 것도 아닐 것이고... 그냥 쟤는 저렇게 대충 해도 자알 살잖어? 뭐 이런 착한 믿음을 준 내가 잘못인 것이다.

어째 나는 일케 씩씩한가 말이다!!  슬프군.

 덜 깨달아서 더 깨달으라고 울아부지가 퍼억!!! 또 뒤통수를 친 것이다. 지난 추석에 이제 그만 되었다.. 고 해 주셨음에도 멍청하게 못 알아듣고 있으니까 답답하셨나보다.

 

 낮에 얼라들 수업하러 왔길레 날짜 잡혔다고 얘기했더니 자기들이 미친듯이 가고 싶단다.

나도 데려가고 싶다만 시험기간이잖냐?

대신, 다음에 올 때 응원 도구 만들어다 주기로 하고 시안 정해서 갔다. 착한 녀석들이다.

 저녁 무렵에 친구와 톡을 하는데 응원하러 가도 돼? 하길레 얼싸!! 그래 와주면 좋지!!! 여차저차 일이 있었다고 애길 했더니 정 안되면 엄니는 내가 모시고 가도 되어. 했다. -출연자와 응원단의 입장시간이 다른 관계로... 이 친구 집이 김포다. 거기서 우리 집에 왔다가 여의도까지 가야한다.-

 아들내미 델꼬 와. 돈 주고도 못 할 경험이여~

 

종일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복잡했다. 별 것도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세상을 향해 악수!!!! 하는 말하자면 내게는 결혼식같은 거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