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노랠 듣는다...

오애도 2013. 1. 24. 12:07

모처럼 블로그에 깔려 있는 음악을 활성화시키고 감춰진 리스트에서 몇가지 음악을 더 추가시켜 듣고 있다.

우중충한 날씨 덕인지 대부분 달착지근하기 그지 없는 발라드를 들으니 머릿속이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이다. 이유없이 가슴이 뛰기도 하고...

 노래 중에 '운명'을 듣는데 갑자기 이 노래가 어디에 나왔던 거지?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바글바글해졌다. 분명 어떤 드라마 주제가였는데...   

 그게 기억이 안나면 아아!! 이건 정말 머리가 곯고 있는게, 아니 곤게 틀림없는 것이다.

다행이 노랠 들으니 비가 더오르고 송혜교가 간신히 떠올랐는데 뭔 하우스...갑자기 풀제목이 기억이 안 난다. 이런!!!...까지 쓰고 보니 풀 하우스다. 뭐 이런 경우가!!!

기억을 끄집어내는 모티프가 없다면 점점 어떤 기억들은 머리 저 구석에 처박혀 화석화 될 게 분명하다. 어째 그 기억의 주변을 어슬렁거려야 중심의 의미가 떠오를까?

 활성화되지 않은 노래까지 40여곡 쯤 되는 노래 제목을 보고 있자면 이 노래는 어디서 들었고 또한 누구한테 추천 받았으며 어떤 상황에 기억과 가슴에 남아 검색해 찾아 냈다는 것을 대부분 기억해 낸다. 

그 기억의 모티프들을 언제까지 기억해 낼 지는 모르겠다.

머리칼이 세고, 피부가 푸석푸석해지고 늘어지며, 눈이 침침하고, 귀가 무디어지듯 머릿속이 낡아가는 것도 당연한 것인데 나는 어떤 것보다도 그것이 슬프고 쓸쓸하다. 흠...

 얼마 전 신발장에 오래 된 신발을 꺼내 신는데 굽들이 삭아서 푸스스 부서져내렸다. 그걸 보면서 시간의 흐름 속에 담긴 보이지 않는 섭리를 생각했다. 시간 속의 어떤 성분들이 그런 물질의 변화를 일으키는가? 플래스틱이나 이런 게 분해되려면 백년 쯤 걸리다는데 내 생각에 그 구두는 15년 쯤 된 것인데 어째 그렇게 낡아 부서졌을까?

그렇게 소리없이 많은 것들이 삭아가듯 인간이 신체나 정신도 삭아가는 것이리라.

 뭐 그런 의미로 금이나 뭐 이런 변하지 않는 금속이 새삼 위대해 보인다.

뜨겁고 달착지근한 사랑이나 시퍼런 분노나 파닥거리는 즐거움과 반짝이는 기쁨, 혹은 축축한 슬픔 같은 형체 없는 감정이라는 것도 그렇게 물질이 삭아가듯 삭아가는 게 분명하다. 점점 파다거리는 감정의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나 좋아하는 노래들을 들으면서 예전에 느꼈던 두근거림이나 설렘이 많이 잦아 들었다.

어떤 것이 좋은 것인가... 혹은 고무적인 것인가는 모르겠다. 나일 먹으면서 이성이든 감정이든 묵직해지는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정말 그럴까? 화석화 된 아집이나 고집은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노랠 듣자니 훌쩍 첫머리를 듣던 노래는 다아 지나갔다.

 

소망, 운명... 두 노래 참 좋다. 그리고, 모르나요...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