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입원... 수술... 퇴원 2

오애도 2012. 11. 26. 13:11

체중 때문에 수면제가 안 듣는다면 분명 마취제도 안 듣는거 아니냐고 호들갑을 떨었더니 그것과 이것은 다르단다. 뭐가 어떻게 다른지는 몰라도 우얐든 수술 도중에 마취가 풀려서 싹둑싹둑!! 가위소리가 들린다거나 이여자 정말 뱃살이 많이 쪘네, 쯧쯧 킬킬 뭐 이런 소리라도 들려오면 정서적 충격이나 육체적 충격이 말도 아니게 클 거 같았다. 흠...

 뭐 이런 얕은 공포때문에 어케 수술 안 하고 넘어갈까 떼를 썼는데 의사 말이 만약 다음 번에 큰 돌이 내려가다 걸리면 그자리에서 어제 했던 내시경으로 꺼내는 수밖에 없다는 말에 두 손 들었다. 어차피 변종 사리 후보도 있었던 모양이고...

 어쨌거나 항생제 투여 이틀만에 염증은 많이 좋아졌고 매일매일 채혈과 X레이 촬영 뭐 이런걸로 번거롭긴 했지만 뭐 그건 거의 신선놀음-??-이었다. 다만 혈관이 가늘고 좁아서 일주일 입원하는 동안 일곱번 링겔 바늘 다시 꽂았는데 두어번 씩 실패하고 꽂는 바람에 온 팔이 포도즙 색깔로 멍이 들었다는...

내가 신선놀음-?? 이라고 한 것은 다음 날 옮긴 6인실 병동이 나만 빼고 죄 암환자였던 터라 내 병은 그야말로 병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든 암이라는 게 요즘 많이 완치율이 높아졌다고는 해도 역시 힘들고 무서운 병임에는 틀림이 없는데다 그 치료과정이 말도 못하게 괴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죽 말고 밥 좀 주세요~ 라든가 내게도 곡기를 주시오~ 라는 실없는 소리를 해가며 지냈다. 입원동안 굶기거나 미음이거나 죽이거나... 집에서도 근 열흘간 죽만 먹었는데 나중엔 죽그릇 뚜껑만 열어도 우욱!!! 했다. 밥 잘먹고 소화 잘 시키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그러면서 내내 두부 쑹덩쑹덩 썰어넣은 된장찌개나 청국장이 먹고 싶어서 혼났다.

어쨌거나 입원해 있는 동안 내내 친구들이 달려와 줬고 시골서 엄니랑 큰오빠 내외랑도 다녀갔고 또 착한 제자들도 우루루 와서리 환자스럽지도 않게 영업 끝난-??- 병원 로비에서 킬킬거리며 수다를 떨었다. 중간에 병원 탈출해서 집에도 잠깐 다녀갔고... 까짓 염증이야 살면서 생기는 것인데 어쩌다가 입원까지 한 것이고 그것이 치료되야 수술이 가능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병원 신세를 길게 진 것 뿐이다.

여하간 시간은 흘러서 다음 주 주말 쯤에나 가능하다던 수술은 주초에 잡혔다. 빨리 잡혀서 반가운데 뭐 그래도 난생처음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이니까 마음이 심상할 리는 없었는데 만약 못 깨어나고 죽으믄-??- 집에 쌓아놓은 잡동사니며 이런 저런 것들 뒤처리가 가장 걱정이 되었다. ㅋ.

집에 와서는 어떻게 쓸데 없는 것들을 정리하며 살까를 궁리중이다.

어쨌거나 수술은 끝났고 그 깨어나는 순간이 어쩌면 병원 생활과 이전의 고통 중에서 가장 괴로웠던 순간이지 싶다. 정말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저녁에 수술했던 의사가 왔길레, 아이고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며 웃었더니 의사 역시 웃으며, 아이고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했다.

 그리고는 다음 날 퇴원... 집에 오니 비웠던 집은 썰~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