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추석... 처음으로...

오애도 2012. 9. 29. 11:56

시골행을 거부-??-하고 집에서 곰실거린다. 바깥은 아주 조용하고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문제를 풀고 밥을 해 먹고 그냥 빈둥거린다.

어릴 때 일년에 두 번밖에 갈 수 없는 상황이었을 때 나는 정말 매일매일을 집에 가는 날을 손꼽아가며 기다렸었다. 두 달 전부터 그 두 달의 시간을 주 단위로 쪼갰다가 열흘 단위로 쪼개면서 말이다. 그때 그 설렘은 이제 없다. 어쩔 수 없이 일년에 두 번밖에 갈 수 없는 상황도 아니고 그때처럼 시골서 만날 수 있는 어릴 적 친구들도 거의 없다.

시간은 흐르고 사람의 정서도 변하는 법...

나이가 오십이나 되서 여전히 분위기 파악 못하고 부엌에 들어가 이리왈 저리왈 했던 것도 지금 생각하면 부질없다.

늙으신 울엄니는 역시나 늙어가는 딸이 눈앞에서 어그적거리는 모습이 그래도 안 보이는 것보다 나으셨는지는 모르겠다.

이젠 어쩔 수 없이   집 떠나 어딘가에 매어 있는 십대도 아니고 내가 안 가면 일 할 사람 없어서 울엄니 혼자 동동거리는 게 마음에 걸릴 일도 없다. 상황이 그렇게 된 것이 오래 됐는데 어째서 깨닫질 못 했을까?

 

시간 비어 있는 며칠을 꼼꼼하고 충실하게 해야할 일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제법 무료했을 지도 모르겠다.

 

지난 주 내에 얼라들 시험기간인지라 밤 열두 시까지 수업이 있었다. 공부하는 분위기가 제법 잔칫집 분위기여서 뭐 공부는 잘 됐는지 모르겠지만 공부 안하려는 마음이 드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그래도 명절이니까 기름냄새나 풍겨볼까?

한참 전에 만들어 놓은 동그랑 땡도 있고 심심한데 나 좋아하는 생선전도 좀 부치고...ㅋㅋ.

 

내가 나를 위해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이는 일은 재밌고 즐겁다.

날씨도 좋은데 대공원 가서 책을 보고 와도 좋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