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는 것이 상책
오늘은... 쌀밥 먹는 날.
100프로 현미밥을 하루 쉬고 흰쌀밥을 지어 점심 저녁을 거하게 먹었다. 감자, 두부, 우렁살, 매운 고추 넣고 끓인 된장찌개랑. 쌀밥은 역시 맛있다.
너무 더워서 종일 꼼짝도 안 했다. 아침에 잠깐, 지난 주말에 사놓은 대덕전자를 팔고 코리안리를 잠시 갖고 매매를 하고는 내내 안방 침대의 대자리 위에 엎드려 책을 읽고 티비를 봤다. 움직이면 더운 관계로 그야말로 시체놀이를 한 것이다. 영어 독해 공부를 하고 1000% 고수들의 필살기 뭐 이런 책을 읽거나 세계사책을 훌훌 넘기면서 봤다. 그렇게 가만히 눈만 움직이면 하나도 안 덥다. 더운 커피 한 잔. 냉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수박을 쪼개 먹으며 말이다.
살다보면 이런저런 맞서 싸워야 하는게 있고 피해야 하는 게 있는데 더위는 피하는게 상책이고 추위는 맞서 싸우는 맛이 제법 있다. 추운 날 두꺼운 옷 입고 씩씩하게 걷는 것... 굉장히 좋다.
내일은 말복이고 이름도 반가운-??- 입추다. 복달음을 모처럼 하겠다고 밤에 나가 영계 한 마리를 사 왔다. 내일 매뉴는 백숙이다. 그리고 갈비 한 팩도 사왔는데 이걸 아주 자알, 맛있고 부드럽고 반짝반짝 달착지근하게 찜을 해서 먹을 생각. 먹는 게 남는 것이다.ㅋㅋ
요샌 아주 자알 먹는다. 거의 하루에 한 가지씩 손이 꼼꼼히 가야하는 음식을 해 먹고 있다. 밥이 시원찮으니-??- 부식에 힘을 주고 있는 것이다. 냉동실엔 자알 만든 동그랑땡이 들어 있고 어제 볶은 피망잡채도 있다.
그렇게 냉장고에 먹을 걸 잔뜩 넣어두고 종일 선풍기 은은하게 틀어놓고 책을 보고 있자면 세상에 부러운 것은 하나도 없다.
아주 오래 전 어릴 적 눈치보며 공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때 내 소원은 하루종일 시간 구애 안 받고 오로지 책을 보고 공부하는 것이었다. 자투리 시간이나 잠 자기 전만이 온전이 내 시간이었던 내 열 다섯 무렵부터 스물 다섯 넘어까지... 문득문득 요새 그때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의미로 내게는 매일매일이 축복이고 감사한 날들이지 않을 수 없다. 결핍과 아쉬움이라는 것은 그래서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늘 온전히 '나'만의 시간에 굶주렸던 탓에 오로지 나만의 시간으로 사는 지금의 매일매일이 진심으로 축복이고 감사이다.
좀전에 지난 주말 너무 더워 미뤘던 수업을 내일 낮에 하기로 시간이 잡혔다. 흠... 그러면 거래는 어쩐다??!! 웬만하면 오전 중으로 거래는 끝내야겠군. 지금 이 시간 글로벌 증시는 쭈욱 상승이다. 내일 우리 장도 또 갭을 만들지도...
시장은 슬슬 살아날 기미가 보인다. 한바탕 거대한 호들갑을 치렀으니 그냥 유야무야 쓱싹 슬금슬금 어제의 악재는 악재였나? 하믄서 지나갈 것이다. 뭐 호황이 오거나 할 확률은 드물지만 이런저런 돗자리-??-는 많이 깔아놨으니 유럽이건 미국이건 각자 유동성 공급을 하게 될지도...
그렇게 되면 당장 먹기엔 곶감이 얼마나 달 것인가... 룰루랄라 장이 날아갈 것이다. 진통제를 먹이는 것도 치료의 방법이 되나...? 뭐 면역이 강하면 그렇게 진통제 먹어가며 건강을 회복하기도 하는군.
어쨌거나 말복이 지나면 제 아무리 더위도 꽁무니를 뺄 것이다.
자알 견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