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빼믄...된다.
한밤중에 꿈을 꾸었다.
무슨 문학상 같은 데서 상을 받았는데 사실 크게 의식도 안 하고 있다가 집안 식구들 모두 모였을 때 그걸 꺼내자 그 안에서 작은 상자가 나왔다. 어? 상품도 있었네!!
뚜껑 열기 전에 살살 흔들어보니 실용성 없는 메달이나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 무슨 반지 같았다.
열어보니 세상에!!!
반짝반짝 빛나는 반지가 세 종류이고, 스발노므스키 크리스탈보다 더 빛나는 다이아몬드 큐빅이 박힌 펜던트 달린 백금 목걸이와 언뜻 나뭇잎 모양의 순금 귀걸이가 들어 있었다.
반지를 보는 순간 네모진 보석이 박힌 것을 아부지 드리고 하나는 울엄니 드리고 그리고 다이아가 조르륵 박힌 쌍가락지는 내가 껴야지... 했다. 그러면서 손가락이 두꺼워 맞을 리가 없을 거야... 하고 껴 봤더니 역시 반 쯤 들어가다 말길레 그냥 빼 놨다.
지금도 반짝반짝 찬란하게 은빛으로 빛나던 모습이 선명하다.
그것과 연관되서 엄니와 큰오빠 내외와 병원에 계신 아버지를 중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던 꿈도 함게 꾸었다. 저 꿈은 그 꿈의 말미였고 깨고 나서 식구들 나오는 꿈에 관해서는 약간 거슬렸다. 객지에 나와 있는데 가족들이 모여 있다거나 하는 경우는 두가지인데 경사 아니면 애사다.
뭐 애사랄 꺼까진 없지만 아침 나절에 엄니한테 막내가 병원에 실려갔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째서 다른 식구들은 등장하지 않고 엄니랑 큰 오빠 내외랑 막내의 여자친구만 나왔는지 이해가 됐다. 꿈에서 병원에 계신 아버지가 언급 되면서 그런 정도로 돌아가실 병은 아니라고 했던 것도 풀렸다.
그럼 상장과 상품은 무엇일까?
엄니한테 얘기했더니 예의 그 무심한 목소리로, 나한테 이런 얘길 듣는 것도 상 받는 거여~ 하셨다.
그럼 상이란 게 賞이 아니라 傷이었을까? 한자를 따지지 않으면 賞 傷 喪 의 발음이 같다.
엄니 말씀을 듣고 잠시 섬뜩했지만 생각해보니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흔히 반지는 계약이나 합격 입학 약속 이런 것을 상징하는데 그 반지는 분명 내것이었고 맞지 않아 빼면서 생각하기를 살 빼서 껴야지... 하고는 자알 넣어놨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받은 문학상이라는 것이 그닥 대단하게 생각되지 않은 것도 이상했는데 굳이 풀자면 내가 이미 졸업한 대학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문창 계열이었으니 문학상으로 상징되는 상장은 졸업장이었으리라. 하지만 현실에서 난 내 모교를 대단하지 않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다만 그 빛나는 반지와 귀걸이와 목걸이의 상징이 좀 뜻밖이었다. 그건 상장에 딸린 뜻하지 않은 상품이었으니까 분명 내 졸업장의 위력이-??- 지금 하는 수능 공부에 반짝반짝 빛을 더해주고 있는 것은 맞다. 하하하.
그리고 그것이 어째서 죄 백금이었나... 하는 것은 두 번 째라는 뜻... 별 걸 다 상징한다. 꿈은...
그런데 문제는... 살빼서 반지를 껴야지... 했는데 말했다시피 이 살빼서... 가 문제다. 이십년 넘게 노랠 불렀는데 그대로가 아닌가!! 다만 살만 빼믄-한 마디로 노력- 그 반지는 얼마나 찬란하고 아름답게 내 손을 장식할 것인가...
흠...
그거 아니면 뭔가 대박 꿈이다. 손가락에 맞지 않아 빼서 자알 간직한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내 것'인 것만은 확실하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