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이런 저런 생각...

오애도 2012. 5. 29. 14:24

늘 그렇지만 일상에서 어떤 일들은 몰려 오고 몰려 간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생각조차 안 하고 있는데도 그렇게 한꺼번에 일어나는 일들과 맞닥뜨리면 나는, 이제 아주 길고 오랜 길을 걸어서 어디 쯤 가면 무슨 꽃이 피어 있고 여기 쯤은 냇물이 나올 것이고 좀 더 가면 풀이 엉킨 길이 나오겠구나... 하는 식으로 익숙한 풍경에 씨익 웃는다.

 지난 주 내에~ 그렇게 바빴다. 이전에 조용하고 고즈넉한 일상에 비하면 지난 주는 월요일부터 시작해서 매일매일 손님이 있었고 약속이 있어서 한참동안 못 본 사람들을 만났었다. 마치 줄 서 있다가 주욱 순서대로 다가온 것처럼...

연휴내내는 어쩌자고 수업들이 많아졌다. 새로 얼라들이 온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알아서 보충을 하러 오고 땡기거나 미뤄진 수업들을 하겠다고 왔다. 하여 사흘 내내 정신이 없었다. 흠...

하여 지난 일주일은 한편으론 흐뭇하고 한편으론 어리둥절 했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나'를 잊지 않고 찾아준다는 것이 반갑고 약속이나 한 듯이 전혀 다른 아이들이 스스로 와서 공부를 하겠다는 것도 신통하고...

 나는... 분명 자알 산 것이다. 누군가에게 배척당하는 인간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면서 순간순간 기분이 가라앉았다.

이건 아니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업으로 삼을 생각도 전혀 없으면서 바느질이나 하고 있으면 안되는 것이다. 나는 뭔가 해야만 하는 게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 것도 있고 더 잘 할 수 있는 것도 굉장히 많은데 이건 너무 게으르지 않은가...

바쁘고 번잡함 속에서 나는 내내 그렇게 자괴감에 시달렸다. 더 나쁜 것은 그런 자괴감을 느낀 것이 아주 오래 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실행하지 않고 늘 머릿속으로만 동동거린다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자원의 낭비'라는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내가 '나'로만 산다는 것은 옳지 않다. 넘치게 받은 것을 그야말로 방전하고 있는 것이다.

 

 어렸을 적이거나 더 젊었을 적에 나는 분명 가난해서 영어 책 따위는 살 수도 없었고 시간이 없어서 보고 싶은 책이나 영화를 맘껏 볼 수도 없었다.

그 때 내 소원은 눈치보지 않고 하루종일 책을 읽고,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책방에 가서 사고 싶은 책을 맘껏 사는 것이었다. 아니 돈을 내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 혼자 하기 벅찬 것들을 배우는 것도 소망이었다.

 지금은 맘만 먹으면 다아 할 수 있다. 시간은 넘치도록 많고 누구의 눈치 볼 필요도 없이 수학문제를 풀고 일본어 공부를 해도 된다. 책방에 가서 휘익 사고 싶은 책 사는 것도 그닥 어렵지 않다. 그리고 돈 내고 영어도 수학도 피아노도 배울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사실 어떤 것들은 통찰이 쉬워져서 그때보다 스무 배 쯤 이해력이 높아진 것도 있다. 그럼에도 난 왜 이러고 있는가...

 

제대로 경제학이나 심리학 같은 걸 배울 생각만으로도 어느 땐 가슴이 뛴다. 그렇게 배우면서 깊이 있고 지적이고 스마트한 사람들과 진지한 대화를 하게 되면 그건 또 얼마나 즐거울 것인가!!

나는 스마트한 사람이 좋다. 인문학적인 소양이 깊어서 내가 못 깨달은 것들을 순간순간 깨달으면서 대화를 한다는 것은 대단히 보람있는 일이겠지. 

그러면서 스스로 묻는다. 난 공명에 관심이 있는 걸까? 하여 이런 욕망이 그런 공명에의 추구 때문일까?

흠...

그러나 난 운명론자다. 추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오늘은... 어째 영 땅에 발을 디디고 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얕은 잠 때문에 전혀 피로가 풀리지 않은 탓이리라. 

 오늘도 멀리 캐나다에서 온 지인과 약속이 잡혔다. 이번 주도 역시나 이러저러하게 바쁘겠지.

언제 '나'를 뚫고 나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