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퀼트

금요일이군.

오애도 2012. 1. 27. 11:27

 설 전에 열심히 바느질을 했습니다.

뭐 대단한 대작 같은 건 안 만들지만-게을러서...- 만약 퀼트가 없었으면 일상이 제법 무료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추어로써는 천들도 많고 부재료도 갖추고 있어서 맘만 먹으면 틱!!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내 몫으로 만든 필통이 무릇 기하였는지... 만들어 들고 다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지인들 보면 툭 쏟아놓고 줘 버리는 통에 늘 펜들이 가방 속에서 굴러 다닙니다.

 

 

하여 그냥 간단히 빈티지 천으로 만들어 내가 써야지... 했다가 결국!! 저것도 어제 온 알라한테 천원 받고 넘겼습니다. 선생님한테 퀼트로 만든 거 받으면 헤어지는 징크스가 있다는 말에 놀라서 절대로 저주 걸릴 거 같아 손톱만한 것도 안 가져간다는 아이였지요. 돈 내고 가면 판 게 되니까 괜찮느니라... 했더니 천원 내고 가져갔습니다. 받는 예의도 발라서 감동의 도가니탕을 끓이면서 말이지요.

생각해보니 다른 애들한테 백원 받았는데 열 배 받았습니다. ㅋㅋ. 

 

공부는 못하는데-이건 흉이 아니라 사실 진술... 노래 못한다거나 체육 못한다는 말처럼..- 어딘가 천재적인 데가 있는 아이지요. 텍스트보다 그래픽이 훨씬 강해서 텍스트로 된 것 외우고 이해하고 깨닫는데는 오래 걸리는데 의외로 미술쪽같은  어떤 특정한 장르엔 재능이 뛰어납니다.

코스프레에 빠져 한동안 미쳐있다가 요즘은 공부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 코스프레 옷을 혼자서 인터넷 뒤져 만들고 있습니다. 고 1 때부터...내 낡은 미싱을 빌려줬더니 밤낮으로 들들 박아 제법 여러 벌의 옷을 만들어내더군요. 나는 절대 확실하지 않다거나 한 큐에 이해되지 않는 것은 손을 안 대는데 갸는 인터넷에서 축소한 본을 갖고 이리저리 맞춰 만드는데 가끔 나는 혀를 내두릅니다.

야~ 너 나중에 그러다 베라왕이나 지미추 같은 디자이너 되는 것 아니냐?

그게 누구예요?

그런 사람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양 출신의 디자이너들이지. 근디 너 그 정열로 공부를 했으면 전교 일등 하지 않았겠냐?

엄마도 그러세요.. ㅋㅋ

나중에 베라왕 같은 디자이너 되서 수십억 연봉을 받으면 선생님 실버타운 보내드릴께요. 울 엄마아빠랑 같이...

말 만으로 고맙다. 너 성공하도록 미친듯이 빌어야겠다.

 

어제는 오더니 선생님 저 용돈 받았어요. 뭐 드시고 싶으세요~~ 제가 쏠께요.

하여 그 밤중에 나가 제자가 쏘는 뼈다구 해장국 한 그릇 먹고 왔습니다.

 

  

다시 카드지갑도 하나 만들고 이전에 만들다 굴러다니던 티맷도 마무리해 치웠습니다.

지금은 다시 아이폰 주머니랑 필통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리멸렬한 장 들여다보는 거 때려치고-며칠 째 이어지는 기관들 엄살과 몸사림을 보며 우리나라 시장이 약해빠진 이유를 알 것 같다는...- 동대문 시장이나 대학로 쯤 어슬렁거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