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가을...
오후에 집을 나섰더니 초등학교 앞의 오피스텔에 저렇게 문득!! 단풍이 들어 있었습니다.
봄에 꽃이 피는 것은 불쑥!!! 가을 단풍은 문득!!!
그렇게 시간의 속도는 제각각 다르지만 또한 닮아 있습니다. 풍경이 다르고 감흥이 다르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비슷하지요. 올 해의 가을은 작년의 가을이 아니고 또 내년의 가을은 올 해의 가을과 같을 리 없으니 말입니다.
비에 젖은 나뭇잎 색깔이 아주 선명하게 이쁩니다.
남산길도 저렇게 가을 풍경입니다. 바닥엔 은행알과 은행잎이 지천이었구요.
바람이 휘휘 불어 머리채를 흔들었지만 이야~~ 참 좋은 날입니다. 지난 봄 벚꽃잎 맞으며 걸었던 길이었는데 이젠 은행잎이 떨어집니다.
나일 먹으니 어떤 시간은 굉장히 빠르게 흐른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어쩌면 시간이라는 것이 누구한테건 똑같이 공평한 속도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지 모릅니다.
누구도 설명할 수 없고 누구도 측정할 수 없는 불가해한 문제가 바로 개인이 느끼는 시간의 속도에 대한 절대적인 등속의 법칙은 아닐런지...
나는... 시간의 속도를 생각합니다. 누가 뭐라든 스무 살 무렵, 또는 서른 무렵의 시간의 속도와 지금의 시간의 속도는 분명이 다릅니다.
그런 이유로 어떤 것에는 자연과학의 물리법칙 따위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지난 봄 벚꽃이 눈송이처럼 흩어져 있던 곳에는 은행잎이 노란 나비처럼 내려 앉아 있습니다. 벚꽃 풍경이 엊그제였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나무의 일 년과 사람의 일 년은 분명 다르겠지요. 나무는.. 매년, 새 잎을 내고 꽃을 피우고 새 열매를 맺으며 늙어갑니다. 만약 사람도 그렇게 매년 새 잎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이 있다면 어떨까를 생각해 봅니다. 부활과 소멸을 반복하고 그것을 기억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훨씬 잘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실수나 실패로 인해 방황하는 일도 없이 말이지요.
요즘 문득, 혹 누군가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날래?? 하고 묻는다면 그냥.... 안 태어나도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는 것은 아름답고 축복이지만, 길은...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내가 불교적 인간이라면 윤회 같은 거 안했으면-이건 해탈을 해야 하는 거라니까 쉬운 일은 결코 아니겠지만....- 싶고 혹 기독교적인 인간이래도 천당같은데도 안 가고 싶습니다. 물론 지옥도 안 가고 싶구요. 어쩌면 마음 안에 지옥도 천국도 다 있는 것인지 모릅니다.
어떤 시간은 더 빠르고 어떤 시간은 더 느리게 느껴지는 것이 마음의 작용인 것처럼요.
저 잎들에도 혹, 아주 작은 크기라도 영혼이 있는 건 아닐까요?
지난 주말에 롯데 백화점 앞에서 국화가 하도 소답스러워 찍었습니다. 꽃 색깔이 저렇게 황금빛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참 잘 생기고 반듯한, 좋은 집안에서 좋은 교육받고 자란 나무랄 데 없는 청년같지요?
어느 순간 그렇게 좋은 게 좋고 멋있는게 좋습니다. 하하.
사람도, 물건도, 시간도....
밤에 저런 소담스런 국화 나오는 꿈이라도 꾸면 뭔가 엄청나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노란 색은 상서로운 색깔이지요. 명예, 권위, 부를 나타낸다는...
하여 꿈에 누런 옷을 입으면 좋은 일들이 생깁니다.
모두들 황금빛 곤룡포 입고 있는 꿈들 꾸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