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또 비오는 저녁...

오애도 2011. 8. 16. 19:28

여전히 하늘은 우중충이다. 아니 오늘같은 날은 정말 최악으로 찌질한 날씨다. 마치 어딘가 최후의 날이 다가와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이 무겁고 축축하고 눅눅하고 끈적임 속에 놓여 있는데 물론 이건 내가 살고 있는 서울 지방의 날씨라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남쪽 지방은 쨍쨍하고 무더운 폭염주의보가 내린 것을 보니 사람은 늘 자기가 사는 세상 위주로 생각하는 동물이다.

 어제는 막내동생이 왔었다. 휴가라고 헐렁하게 누나를 찾아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갔다. 생각해보니 우리 형제들이 전혀 곰살궂은 성격이 아니라서 형제라고 서로 집을 왔다갔다 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지내는 일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울아부지 살아계실 때 그건 싹동머리가 쎄서 그렇다고 늘 말씀하셨었다.

막내는 막내다.

 내게는 갸가 어른이 되어도 어른같지 않고 나일 먹어도 아이같다. 막내도 맏이도 하늘이 내는 것이라는데 아마 그런 마음의 모양새를 갖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이렇게 보고 있자면 일이 안 풀려 지나간 삶이 신산했던 걸 생각하면 맘이 아프고 쓰리다. 그렇게 너도 나일 먹고 나도 나일 먹는구나...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비는 찌질하게 또 내린다.

 김영모 빵집에서 이것저것 빵을 사다 놨는데 별로 안 먹어서 그야말로 빵이 가득하다. 흠... 내가 빵을 좋아하는가.. 를 곰곰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주식으로 먹는 것도 별로이고 간식으로 먹는 것도 별로인데 이상하게 맛있는 빵집은 좋다.

 시장은 대충 살아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혹 사위어가는 숯불은 아니겠지. ㅋ.

마트엘 가야겠다. 그동안 바빠서 진짜 시장을 간 지 오래 된 탓에 냉장고는 텅 비어 있다. 나를 위해, 맛있고 품위 있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 하나를 만들어야겠다.

 아직도 와야할 손님은 두어 팀 있는데 참 올 해는 손님들이 많았다. 그렇게 일상은 몰려오고 몰려가는 것이다.

  

고양이는 여전히 쿨하게 아는 척 하지 않는다. 이게 좋은 것인지 어쩐 것인지는 모르겟다.  

날만 개면 훌쩍 배낭 메고 어디든 한가한 곳엘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