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감사한 저녁
조카 재은이가 와 있습니다. 즈이 엄마랑 언니랑 주말에 같이 왔다가 자진해서 며칠 더 있다 가겠다고 혼자 떨어졌습니다.
참 불가사의한-??-한 아이입니다. 지금도 저 쪽 방에서 혼자 주구장창 책 보고 있습니다. 내가 작은 방에 와 있으면 그야말로 혼자서 역할놀이의 대본을 써가며 노는데 정말 기발하고 참신합니다. 어른한테 치근대지도 않고 말이지요. 다만 이런 저런 질문은 많지만 또 입 닫고 있으면 굉장히 과묵합니다.
어쨌든 아까 저녁에 그 아이와 교보문고엘 다녀왔습니다. 갈 때는 강남역 지나서 실실 걸어 갔고 중간에 다이소에 들러 짜잘한 거 몇 개 사고, 서점에서는 책을 좀 훑어보고 몇 권 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김밥과 모밀로 저녁까지 때우고 역시 느긋하게 택시를 타고 돌와왔는데 말이지요.
옴마나!!!
현관문이 반 쯤 열려 있었습니다. 옛날 생각이-몇 해 전, 잠깐 나가 져녁 먹고 온 사이에 창살을 끊고 도둑이 들었었다.- 나서 순간 가슴이 쿵!!!! 했지만 열린 틈으로 보니 별 일 없는 것 같아 아이 잠시 세워두고 조심스럽게 이방 저방 살폈지만 특별히 달라진 구석은 없었습니다.
휴우..... 우째 이런 일이....
하여, 늘 믿고 있지만 나는 분명 신이 끔찍하게 사랑하시는 게 분명합니다. 하하.
이건 정말 신의 가호이지요.
늘 얘기하는 것이지만 좋은 일 일어나지 않는다고 투덜댈 것이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감사한 일인지 깨닫습니다.
고백하자면 그리하여 나는 정해진 신앙은 없지만 아무것도 걱정되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사소한 일상이 감사할 뿐이지요. 그 속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혜택과 축복을 누리고 받았는지를 잊지 않을 뿐입니다.
거기에 사한 욕심과 얕은 불만이라는 게 생긴다면 그 많은 혜택과 축복 중에 댓가를 지불해야겠지요.
하여 가진 것을 곰곰 따져보면 없는 것보다는 가진 것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딱!! 그만큼이 내 몫이고 그것이 다른 댓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좋을 신이 내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여 내가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받는다면 그것은 다른 누군가와 나누라고 주시는 것인지도...
그리하여 오늘 저녁에 아무일도 없었던 것이 감사하고, 다섯 권 사 온 책 중에 세 권을 다아 독파하고 주욱 내용을 얘기하는 재은이가 신기하고 감탄스러워 행복한 밤입니다.
어제 사 온 갈비로 갈비찜 만들려고 밤 깎고 있습니다.
내일은 쨍!! 하고 햇빛이 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