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실없는 얘기.
태풍 덕분에-??!!-에 선선한 장마는 끝나고 후텁한 장마 본연의 얼굴로 돌아갔습니다. 온 집안 아니 온 세상-?-이 축축하니 습기에 잠겨 있습니다. 불규칙한 날씨 탓에 얼라들은 대부분 코를 훌쩍거리고 역시나 나도 콧물 줄줄입니다.
어제로 중학교 얼라들 시험준비는 끝났고 이젠 띠엄띠엄 있는 고딩 시험만 남았습니다. 어제는 끝내고 나니 새벽 두시...
오늘 시험들은 잘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시험같은 것만 아니면 가르치는 게 즐거운데 또 시험만 아니면 아이들이 나한테 와서 배울 일도 없으니 참... 씁쓸한 일이지요.
갑자기 팽팽 놀지 않고 뭔가를 해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게 뭉클뭉클 감사함이 밀려옵니다. 앞뒤 없이 철모르는 아이들이 제법 철이 들어 시험기간이나마 눈 빛내며 달려드는 모습도 흐뭇하구요. 꼭 내 덕-??- 같습니다. ㅋㅋ. 목이 아프다는 둥, 힘들다는 둥 건방을 떨며 그만둘 때가 됐나 어쩌구 하는 생각이 잠시 사라지는 순간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교육이 아닌 공부를 시켜야만 하는 고뇌는 여전합니다. 문득 아이들이 부르는 쌤~ 소리도 민망해지기 시작했다는...
우리 옆집에는 환경 미화원들의 사무실 같은 게 입주를 한 모양입니다. 창문을 열면 옆집 대문이 왼쪽에 있는데 점심시간 무렵이나 아침 시간에는 북적북적 Hi Seoul이라고 써있는 연두색 야광옷 입은 아저씨 아줌니들이 들락날락 합니다. 가끔 골목에 나와 담배를 피는 터라 창문을 열고 있으면 담배 연기가 맡아지기도 하는데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그들의 얘기가 꽤 적나라하게 들립니다. 별 얘기는 없지만 뭐랄까 육체 노동을 하는 사람들의 건강한 활기 같은 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나처럼 방구석에 박혀 곰실거리는 인간에겐 확실히 다른 세계인게 분명하고 대체 나란 인간은 육체 노동이란 걸 언제 해봤는가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그래도 요즘엔 자주 어디 저 시골에 가서 육체노동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텃밭 농사를 짓는 꿈을 꿉니다.
육체 노동이건 정신 노동이건 노동은 신성한 법!! 그럼에도 육체 노동이 주는 활기는 정신 노동이 갖는 허약함에 비해 미덕인 건 분명합니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의 그 생명력도 분명 거기서 기인하는 것이겠지요.
오늘은... 시골엘 다니러 갑니다.
모처럼 비가 그쳐 반가운 날입니다. 된장찌개 끓이고 있습니다. 묵은 밥 뎁혀 모처럼 밥을 먹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