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저녁....
장마의 한 복판입니다.
매일매일이 아니면 가끔 이렇게 비오는 날은 운치도 있고 낭만도 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창문 열고 빗소리 들으며 이런저런 일들을 합니다. 축축한 공기가 잔뜩 들어오지만 먼지 많은 것 보다는 낫습니다.
어제는 느닷없이 비빔국수가 땡겨서 점심으로 비빔국수를 후다닥 만들어 먹었습니다. 이상하게 이렇게 궂은 날엔 기름냄새에 회가 동하는 터라 오늘은 김치 부침개라도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만뒀습니다. 운동도 없이 탄수화물에 지방만 섭취하게 되면 나름 며칠 다이어트 신경쓴거 도로아미 타불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저녁엔 수제비 반죽이나 해야겠습니다. 고민은, 계란 풀고 감자 호박을 넣고 하얗게 끓일 것인가 아니면 김치 넣고 얼큰하게 끓일 것인가입니다. ㅋㅋ
살면서 별 게 없으니까 별 걸 다 갈등합니다.
자꾸자꾸 무언가를 결심해서 실행하고 노력해야 하는데 무엇인가 해야할 것을 안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날들입니다. 등 뒤로 해야할 일을 잔뜩 쌓아놓고 게으름을 피고 있는 것 같아서 자꾸 초조해집니다. 그동안 너무 아무것도 안하고 게으르게 산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게 뭐인지는 당최 모르겠습니다.
운전면허를 따볼까? 아니믄 피아노를 배워볼까? 아니면 영어와 일어공부를 열심히 해볼까....생각과 의욕은 많은데 몸은 영 안 움직이지요.
생각해보면 여러가지를 할 줄 아는 것은 많은데^^;; 제대로 하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지요.
흠...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살아지는 것이고 그러다가 늙고 죽게 되는 것은 누구나 확실한데 그냥 이렇게 대충 살다 죽고 싶은 마음은 분명히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넘의 게으름이 문제입니다. ^^
하여 유월만 지나면, 아니 얼라들 시험기간만 지나면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시작해야겠습니다.
사실 그러면서 또 너무 더우면 힘드니까... 어쩌구 어영부영 넘어갈지도 모르지요.
어쨌거나 이렇게 구질구질한 날씨에 바짓가랑이 적시면서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햇빛 쨍쨍한 날에 땀 뻘뻘 흘리면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니 이거야말로 성공한 인생-??-이 아닐런지... 게다가 사람들과 만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더 좋다는...
축축하긴 하지만 후텁하지 않아서 그런대로 견딜만한 비 오는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