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허구헌날 쉬는 날-??-인데 오늘은 더 한가한 느낌이 드는 날입니다. 장도 안 열리고 모처럼 잠도 푸욱 잘자서리 얼굴빛이 뺀질-??-뺀질합니다.
심심해서 저녁에 보충 하나 잡아 놓고 모처럼 하다 만 뜨개질거리를 죄 꺼냈습니다. 마무리만 하면 되는 푸른 색 조끼도 있고 연분홍색 여름 니트는 반도 안 떴고 여름 모자는 반 쯤... 그거와 셋트인 가방은 시작도 안 했지요. 맘 먹고 며칠 올인하면 몰려오는 적군 쳐부수듯 깨끗이 하나씩 해치울 수 있을 거 같은데 맘먹기가 잘 안됩니다. ^^
대신 안방 침대에 거꾸로 누워서 주구장창 책읽기만 하고 있습니다. 뭐 인격형성엔 도움이 안되는 책이지만서도 근시안이 안경을 처음 썼을 때처럼 어떤 현상이 또렷하게 다가오는 기이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 먹으면서 어떤 통찰력은 대단히 강해져서 크고 깊게 따지지 않아도 저절로 그 속성이 꿰뚫어지는 게 제법 많아집니다.
이야~~ 그런 의미로 나이 먹는게 반갑고 고맙습니다.
사실 어떤 현상이나 사물의 속성을 읽어내는 일이 쉬워지면 그닥 두려울 것도 투덜댈 것도 크게 기대하는 것도 없어지지요. 그러다보면 맘과 머리는 고요한 물 속같습니다.
대신 무서운 것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힘도 강해져서 사한 것에 대한 욕심이나 허튼 수작이나 이기적인 욕망 따위를 품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다행이 '나' 외에 더 생각해야 하는 것들 예를 들어 자식이거나 남편이거나 하는 것들이 없으니 때로 일어나는 인간적인 욕망들에 덜 시달릴 것이고 업을 짓는 일도 적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로 스님들이 어째서 속세의 인연들을 끊고 산속으로 들어가는 지 이해가 된 지 오래라는....
요즘 그러나 스스로 짐승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불어난 몸입니다. 보기 싫은 것은 차치하고 디룩디룩한 것이 거대한 욕심의 증거같아서 생활의 화두가 되어 있습니다. 물론 하루 종일 밥먹고 뒹굴거리는 인간도 아니고 머리 비워놓고 생각없이 의욕없이 사는 것도 아니고 밥을 다른 사람들의 두 배 세 배를 먹는 것도 아닌데 슬금슬금 살은 올라서 대책이 안 섭니다.
살이 찌는 것은 누가 뭐래도 체질이 70프로 이상을 차지하는 것인데 나머지 30프로의 피나는 노력으로 70프로의 힘을 뒤집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어쨌든 배부르게 먹는 일을 삼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먹는 양은 줄었음에도 전혀 체중감량은 안 되는 걸 보면 굶어죽지 않을만큼 먹고 살아야 하는 모양인데 흠...
뭐 그래도 살빼는데 생활을 걸어? 혹은 살 안찌는 체질로 변하믄 좋겠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먹어도 통통해지지 않거나 살이 그닥 없는 체질이 건강한 체질은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니까...-
하여 꿈을 함부로 꾸지 않으려고 합니다. 괜히 살빠져서 몸이 가벼워졌으면 하고 소원을 품다가 까딱 그냥 저절로 살이 술술 빠지는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건 바로 질병의 시작일테니 말입니다. 노력 없이 간절한 소망과 집착만으로 이루어지는 것들을 경계하지 않으면 의외의 참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
세상엔 공짜가 없어서 무언가를 간절히 빌어서 얻는다면 대신 무언가를 또 가져가는게 신의, 자연의, 삶의 섭리이기 때문입니다.
슬슬 일어나 양재천이나 다녀와야겠습니다. 두 시간 쯤 걷는 건 아무 것도 아닌데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