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보자!!

존재와 걷는다.

오애도 2011. 4. 23. 11:46

남대문시장엘 다녀왔습니다.

장-??- 끝나고 세 시 넘어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투덕이는 비때문에 우산도 챙겼지만 다행이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비에 씻겨 공기는 맑았고 붐비지 않은 오후였지요.

 

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정말 희한하게 화악 박하향기 같은 생기가 돌았습니다.

살 것도 없었지만...

종일 장보면서 맛집 블로그 순례하다가 남대문시장 칼국수가 땡겼던 것이지요. 하여 가볍게 한 바퀴 돌고 칼국수집에서 칼국수르 시켰더니 세상에!!!

서비스 냉면 먹고난 후 나온 칼국수 양이 엄청납니다.

 

 

 

드문드문 수제비도 들어있고 가격은 4500원으로 올랐습니다.

국물빼고 거의 다아 먹었습니다.

                      

 

 

 하여 부푼 배를 안고 다시 남산엘 올랐습니다. 늘 가던 주차장으로 올라가 남산길을 걸어 하야트 호텔까지 두어시간을 소요하거나 걷거나 하면서 돌아왔습니다. 벚꽃잎이 떨어져 저렇게 봄눈길을 만들어 놨습니다.

 

 

 눈 속의 푸른 잎 같습니다. 그렇게 걸으면서 좋은 사람들과 내내 통화를 하며 너무 시끄러워 통화가 어려우면 텅빈 족구장으로 들어가 벤치에 앉아 얘기를 했습니다. 연인듯한 한 쌍이 들어왔다가 멈칫 하더니 다른 곳으로 가더군요.

 

며칠 꽃구경 나온 사람들로 붐비던 남산공원이 비 덕분에 혹은 어스름 저녁시간 덕에 한가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사람 하나 걸어다니지 않는 길을 오로지 '나'와 속살거리며 '존재'와 새새거리며 다리가 무거워질때까지 걸었이요. 종종 내 검은 자켓 입은 어깨 위나 팔에 젖은 꽃잎이 떨어져 오랫동안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여기는 주차장 입구입니다. 늘 차타고지나가던 길이었는데 모처럼 걸어서 내려왔습니다. 그 전날에 버글거리던 사람들에 비하면 저렇게 드문드문 혼자 나온 사람들 뿐이었습니다.

여전히 아름다운 벚꽃길입니다.

 

사람은 그렇게 혼자 걷는 것입니다.

누구도 대신 져 줄 수 없는 내 몫의 무게를 안고 걷는 것인데 불행은 아마 '내 몫'을 누군가 들어주지 않는다고 투덜대거나 두리번거리는 데서 오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혹여 가벼운 욕망과 얇은 기대로 내 발걸음이 가벼워질 때는 누군가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고 딱!! 그만큼의 무게로 살았으면 싶습니다.

내 몫이 너무 무거워 다른 누군가의 짐을 들어줄 생각조차 들지 않을 때, '나'를 들여다보면 욕심과 집착이라는 돌덩이들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길은... 피로하지만 변화의 아름다움이 있지요.

무거운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에 활기차게 악수!!!!

 

-흠... 남대문 시장에서 열 개에 사천원 주고 산 왕만두 무거워서 혼났음. 그러나... -

 

 

물에 젖어 검어진 나뭇가지에 저렇게 화사한 꽃을 달고 있는 고목이라니...

 

세월이 흐르고 흘러 기운 빠져 죽음의 날을 기다리는 날 즈음해서 이렇게 혼자 걷던, 꽃잎이 눈송이처럼 떨어지던 비 갠 후의 봄날...이 대단히 인상적인 하루로 떠오를 것입니다.

 

자알 깨끗하게 아름답게 벚꽃잎처럼 맞는 죽음이었으면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