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엄니 생각에....

오애도 2011. 3. 14. 12:40

 자꾸 끅끅거리며 울게 됩니다

 

지난 주에 울아부지 기일이 있었습니다.

하룻밤 자고 돌아와서 지금까지 가라앉은 맘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돌아오는 날, 수업은 한시간 밖에 안남았는데 자꾸 눈물이 솟아서 결국 퉁퉁 부은 눈으로 수업을 했지요.

어디 특별히 아프신 것도 아닌데 많이 허물어져가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모두들 돌아가고 엄니와 나란히 누워 이런저런 얘길 했었습니다.

 요샌 옛날 생각이 자꾸 난단다... 시집와서 옛날에 고개 세 개를 넘어 나무를 하러가서 나뭇짐 이고 오는데 같이 간 사람들이 앞서 가는 걸 아무리 따라가도 쫓아가지지는 않고... 이렇~게 생각해 보면 결국 이렇게 살다 죽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구...

괜히 목이 메어 대답을 얼른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번도 옛날 얘기를 그런 톤으로 하신 적 없던 울엄니는 평생 누군가에게 온전히 기대어 산 적이 없었을 겁니다. 온전히 기댈 것이 없었던 세상이 얼마나 힘에 겨운 일이었는지 이제서야 깨닫고 계신지도 모르지요.

 나는... 지금까지 울엄니 붙잡고 울어본 적이 없습니다. 열 네살에 떠나와 혼자 있으면서도 엄니가 그리워 울어본 적도 한참만에 만난 엄니가 반가워 울지도 않았지요. 그런 얘기를 하면서 엄니랑 나는 서로가 독해서 그렇지... 했습니다. 하지만 요새 며칠, 너무 자주 끅끅거리며 웁니다. 울지 않는 나를 통제 불능으로 울게 만드는 건 울엄니의 야윈 어깨와 이렇게 이모양으로만 살다가 죽는구나.... 하는 말씀입니다.

 제사 끝나고 동생이 그러더군요. 우리도 누구나 누나만큼 아부지 생각하고 엄마 생각하는데 누나는 특히 울아부지 하믄서 유난을 떤다더군요. 그 소릴 듣고 곰곰 생각해 보니 쓴 웃음이 납니다. 나랑 그닥 사이 안좋은 즈그 마누라도 그런 말을 하더니 부부는 닮아가나 봅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느그는 나만큼 엄니 아부지 생각할 수 없다. 그건 장남인 오빠도 그렇고 지차인 작은 오빠도 그렇고.... 왜냐하면.... 그들에겐 부모보다는 백 배 천 배는 더 생각해야 할 자식들이 있고 마누라가 있기 때문이다. 그건 잘하고 잘못하고를 떠나 너무나 당연한 인지상정의 문제이기 때문에 비난받을 문제는 아닐 것이다. 느그들이 생각하는 자식들의 백분의 일도 안 되는 맘의 면적을 자식 없는 나는 아부지 생각을 할 뿐이고 엄니 생각을 할 뿐이다. 내게 자식이 있었다면 아마 지금 울엄니 울아부지 생각하는 척-??-하는 것의 백 배 천 배는 아니 가늠할 수 조차 없게 자식들 생각을 했겠지....아니 고백하자면 짐작도 가늠도 안된다. 그런데 자식 키우는 부모가 되갖고 그걸 가늠하지 못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자식들에게 남은 생애를 맘을 바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내겐 그것도 그렇게 긴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압니다. 울엄니의 남은 삶만큼이기 때문이지요.

 엄니와 닮은 나는 역시 누구에게 온전히 기대어 산 적이 없었습니다. 열 네살부터 내 손으로 밥을 벌었고 옷을 사 입었지요. 그러나 한 번도 그걸 갖고 투덜댄 적도, 누군가를 원망해 본 적도, 이상하게 생각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다만 나이 들면서 내 영혼이 기대어 가는 존재가 바로 울엄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운 없는 울엄니는 지금도 내게 기대는 일도 역시 없을 것입니다. 다만 당신이 내가 기대기엔 너무 작았다는 생각에 미안해하고 면목없어 하신다는 것을 압니다. 돌아가시기 전의 내 아버지가 그랬듯이요...

회자정리의 이치를 거스를 수 없습니다. 그리고 냉정하게 생각하면 그것이 사실 그닥 애통한 일도 아니고 그저 우주와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고 충분이 그럴 수 있겠지요. 다만 한 번도 엄니 붙들고 울어본 적 없는 나는 엄니와 헤어지는 날 생각만으로 지난 겨울 이래 자꾸자꾸 울게 됩니다.

 누구도 기댈 수 없는 적막한 날이 온다는 것은 그닥 무서운 게 없는 나를 참으로 두렵고 슬프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