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이 무겁고 우울하다...
지난 봄에 말입니다.
중학교 일학년 아이들의 사회 수업을 하면서 지진과 화산 활동에 대해 가르쳤습니다. 지리과목이었는데 과학의 지구과학 과목처럼 지각의 변동이나. 지형의 형성 따위가 제법 전문적으로 나와서 일학년 여자 아이들이 뭔소리?? 하는 얼굴로 보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지구는 통으로 되어 있는 게 아니라 쪼개진 판들로 이루어져 있단다. -책 두 권을 들고- 이게 판이라고 생각하면, 지진이라는게 이 판과 이 판이 부딪치거나 스쳐 지나는 곳에서 발생하는데, 알프스 히말라야 조산대와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대부분 일어나지. 특히 환태평양 조산대는 불의 고리라고 불릴만큼 화산과 지진이 많은데 유라시아 판의 경계 끝자락에 있는 일본이 허구헌날 지진한테 옆구리를 얻어 맞는단다...말하자면 우리나라는 태풍도 그렇고 일본이 일단은 덜컥 과속 방지턱처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런 의미로는 고맙지 뭐냐.... 하면서 얼라들도 나도 킬킬 웃었습니다.
어제 일본의 지진 사태를 보며 그걸 기억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 배우는 것, 아는 것, 깨닫는 것이 전혀 따로따로 노는 얼라들이니까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는 그렇게 킬킬 웃으며 말할 수 있는 것들이 현실이 되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경험하는 일은 그러나 하고 싶지 않습니다.
며칠 전 자연재해에 관한 랭킹쇼-??-를 본 적이 있습니다. 캐나다의 퀘백에서 일어났던 쓰나미가 삼위인가였는데 그때 거기서 살아남은 주민이 말했던 게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바닷물이 모두 없어졌어요.... 그 많은 물이 어디 갔을까 할 정도로....
그 소릴 들으며 섬뜩한 공포가 느껴졌는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여 어제, 몇시간후에 해안지방에 쓰나미가 올 거라는 것을 뉴스를 보면서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기 직전의 고요함이 얼마나 적나라하게 공포스러울까를 생각해 봤습니다.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무심해지지 못하는 것은 '나'에게 별일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의 불행을 보면서 '나'의 편안함이 고맙다기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옆집 일이라 그럴까요?
어쨌거나 어제 오늘, 맘이 불편하고 우울합니다. 인간이란 게 자연 앞에서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 또 그 위에 세워진 현대 문명의 이기들이 역으로 흉기가 되는 것도 얼마나 간단한 일인지를 깨닫습니다.
앞으로 더 이상 별일 없이 자알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