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은 때로 필요하다.
여행 떠나는 날에 엄니가 병원에 입원을 하셨었습니다.
전 날 통화 중에 혀 끝이 제대로 안 움직인다는 말을 듣고서는 병원 가보셔유~~ 하고 떠났는데 여행 사흘 째 문득 전활 해야지 하고 했더니만 병원이라고 하시더군요.
경증 뇌경색-??- 이어서 일주일 가량 입원하셨다가 월욜에 퇴원하셨습니다. 그만하시기 다행이지요.
늘 하는 얘기지만 아파서 낫는 일보다 안 아픈게 훨씬 감사한 일이라는 걸 깨닫습니다.
돌아와서는 주말에 바빠서 못 가고 월요일 낮에 갔다가 막차로 돌아왔습니다.
청주 오가면서 차안에서 죽은 듯이 자고 어제도 죽은 듯이 자고 깨 보니 아홉시가 넘었었습니다.
그 덕분에-??- 낮에 몸살로 열에 시달렸습니다. 약도 안 먹고 버텼더니 그만그만해졌습니다.
어쨌거나 여행 후유증으로 어리버리 머엉한 상태가 이제 좀 나아진 듯 합니다. 이야~~ 꼭 일주일은 걸리는군요.
어제는, 요즘 얼라들 시험기간인지라 수업 끝나고 나니 한 시였는데 푸욱 자고 나니 세시 쯤이라 뒹굴거리다 일어났습니다.
여행갔다 오고는 시장도 안 봤으니까 집에 먹을거라곤 없어서 피란민처럼 집에 있던 말린 고사리도 삶아 볶아먹고 미역국과 계란 후라이만 해 먹었더니 드디어 미역도 계란도 다아 떨어져서 어제는 시장엘 다녀왔습니다. 열이 폴폴 나서 걷는게 힘들었지만 그래도 김밥 한 줄 사와 먹고서는 힘차게 수업을 했지요. 닭개장을 끓이려고 이 새벽에 닭을 삶고 있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수업도 없는 날입니다. 몸은 여전히 따끈따끈하게 열이 오릅니다. 열오르면 일어나는 복통 증세도 있지만 견딜만 합니다. 뭐 몸살로 죽을 리도 없거니와 큰병으로 발전한 가능성도 없으니까 리셋~~하는 기분으로 버티는 중입니다. 우쨌거나 자기 몸을 함부로-??-한 댓가이니 말입니다. 이런 정도의 벌로 리셋이 된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지요. 하하.
여하간 주말까지는 다 낫겠지요.
어제는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가 물이 찰랑거리는 논두렁에서 보지도 않고 손을 넣어 논두렁 흙속에 감추어져 있는 빳빳한 지폐뭉치를 꺼내는 꿈을 꾸었습니다. 물에는 젖었지만 흙도 묻지않은 새 돈 냄새나는 지폐였지요. 그리고는 예전에 가르치던 천재소년이라 불리던 녀석이 쫓아와서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다가 깼다는...
무슨 꿈일지 짐작은 하지만 역시 나불거리지는 않겠습니다. ^^;;
지난 번 기차여행 꿈은 절묘하게 맞아서 지금까지가 터널이었고 30일이 지난 어제부터가 광명한 세상이 아닐까 합니다. 하하. 이건 물론 이어령비어령이지만 꿈이 가진 놀라운 예지력이 새삼 감탄스럽지요. 흠....
그러고 보니 여행 중에 울엄니랑 나랑 집에다 커다란 김치 냉장고를 사서 들여놓고 고급스럽고 우아한 커튼을 새로 다는 꿈을 꾸었는데.... 이건 뭔지 좀 더 두고 봐야겠습니다.
나는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요즘 며칠 나라 안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밖으로 세계 경제도 그렇구요.
경험으로 몸살을 앓고 나면 훨씬 컨디션도 좋아지고 몸도 가볍습니다.
나쁜 것은, 몸살같은 것은 안 앓는 사람들이 때로 큰 병으로 화들짝 놀라는 일이 생기는 것이지요.
하여 몸살은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은 것으로 댓가를 치루고 큰 병을 막는 일일테니 말입니다.
물론 중증 질병이 있을 때도 몸살은 앓는데 물론 그것은 훨씬 강도가 세지요. -예전에 앓아봐서리....-
그런 이유로 때로는 그렇게 얕은 질병도 필요한 것이지요.
자아... 다아 나으면 다시 으쌰~~ 기운내서 살아야겠습니다.
하여 이 때가 지나면 모든 것은 다시 씩씩하고 튼튼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