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일요일 한 낮에...

오애도 2010. 10. 31. 14:16

열시부터 있는 수업에 앞서 모처럼 아침 운동을 갔었습니다.

어제 청계산을 가려고 계획했다가 몸 컨디션이 별로라서 그만뒀었지요. 엊저녁에 아홉시 넘어 수업하는 아이와 함께 먹은 칼국수와 만두로 부푼 배를 안고는 짐승처럼 쿨쿨 자고 났더니 여섯 시 반이었습니다.

롤러코스터같은 기차를 타고 친구들과 여행하는 꿈을 꾸었더랬습니다. 중간 쯤에서 각자 싸간 음식을 기름에 튀겨주는 음식점들이 있어서 그것들을 튀겨 먹고는 푸른 잔디밭을 뛰어 다니다가 다시 기차를 탔지요. 기차는 잠시 롤러코스터같은 내리막길을 터널 속으로 달렸는데 나는 미처 자리에 앉기전 통로에 잠시 앉아 있었지만 편안하고 즐거웠습니다. 이 터널이 지나면 환한 들판이 나올 것이고 강물위에 놓인 다리를 건널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무슨 꿈인지 충분히 짐작하지만 나불거리는 것은 삼가겠습니다. ^^;;

 그렇게 꿈을 꾸다 일어났는데 정신이 말똥~ 해져서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나갔습니다. 

 이야~~

 일요일 이른 아침 거리의 고즈넉함이라니... 앞으로는 좀 더 부지런해져서 자주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은행나무는 꽤 노오래졌고 거리는 한가했으며 바람은 서늘한 것이 가볍게 운동화 신고 걷기는 최고였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 쯤 걷고 돌아와 샤워도 몬하고 수업을 했습니다.

 나는 원레 늦게까지 디비 자는 인간은 아니지만 일찍 어딜 나가는 인간도 아닌지라 사실 이렇게 이른 아침 공기는 새삼스럽습니다. 게다가 한가한 일요일 아침 거리는 오래 전 대학로에서 일 할 때의 감흥을 새삼스럽게 떠오르게 하더군요. 그 때 그 가을의 느낌을 잊을 수 없습니다. 질펀한 토요일 밤이 지나고 일요일 아침 대학로의 한가하고 고즈넉하기까지 한 풍경은 분명 일하기 위해 출근하는 것인데 보너스로 받은 휴가 같은 기분이 들게 했었지요.

 다음 수업까지는 두어시간 텀이 있습니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보이는 골목은 아주 조용하고 일요일 특유의 한가한 공기 속에 잠겨 있습니다. 이럴 때는 시간이 멈춰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지난 봄부터 짓던 맞은편 골목의 집이 다아 지어져서 불쑥 몸을 드러냈습니다. 시간은 분명 느릿느릿 지나가는 것 같은데 저런 건물은 후다닥 지어진 것 같아 보이다니... 어쩌면 시간도 후다닥 지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후다닥 지나가는 시간을 보며 나는 느릿느릿 천천히 걷고 있을 뿐입니다.

 해야하고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그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가려니 걸음이 느려질 밖에요...

 자~~ 잘 해보자고.... 내 인생에 분명 빛나는 시기의 시작이라고 힘차게 손 내밀어 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