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수제비...
지난 번 해물 사다 놓은 것 때문에 칼국수 반죽을 했었다. 칼국수를 두 번 해 먹고 남은 반죽으로 엊그제는 수제비를 떴다. 반죽해 놓은지 며칠 되어서 쫄깃함이 말할 수 없었다는...
보기엔 호박이나 파 같은 푸른 색이 없어서 우스워보이지만-게다가 사진 찍는 기술도 션찮고 이러저러한 조작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다가...- 그래도 국물은 명품멸치와 다시마, 마른새우외에 천연양념가루 같은 걸 넣어 만든 국물이다. 파는 크게 넣었다가 건져냈고...
저 새우는 순전히 장식용이다. ㅋㅋ. 먹으면 입안이랑 목이 꺼끌해진다.
수제비를 할 때는 문득 울아부지가 떠오른다.
거의 이십년 전 쯤-우와!!- 서울서 배운 저렇게 쫄깃한 수제비를 내 딴에는 맛있어서 집에 내려갔을 때 해 드렸다가 무지하게 지청구를 들었었다. 이렇게 딱딱한 것을 어찌 먹느냐고...
우리 집 수제비는 약간은 물게 반죽해서 커다란 나무주걱위에 납작하게 올려놓고 놋숫갈 거꾸로 해서 빠를 속도로 휙휙 잘라넣는 것이었다. 입안에 굴러다닐 정도로 쫄깃한 느낌은 없고 적당이 물컹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수제비였다.
나는, 아부지... 쫄깃한게 맛잇잖어유~ 했었는데 누구한테도 그닥 호응을 못 얻었다는...
그전까지 나는 어떤 부분에서는 지극이 고집스러워서 내가 생각하는 것하고 다르거나 객관적이지 못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걸 저렇다고 느낄 수 있지? 하는 생각으로...
그 수제비 껀으로-?- 어떤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바꾸어질 수 없거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것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걸 그제야 깨닫다니 멍청한 일이지 않을 수 없다-
그랬거나 어쨌거나 사실 나는 두 가지 수제비 다아 좋아한다. 울엄니가 감자랑 호박잎 넣고 끓인 된장국에 뚝뚝 잘라넣은 수제비도, 저렇게 맑은 국물에 넘치는 개운함과 더불어 쫄깃거리는 수제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