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쳤지!!!
저녁 늦게 마트엘 갔더니 생선을 싸게 팔길레 사왔습니다. 전어입니다.
저렇게 30프로 세일이라는 딱지만 안 붙었다면 절대로 안 샀을텐데 가을 전어는 어쩌구 하는 말에 에라 모르겠다 냅다 사 왔습니다. 어제는 역시나 떨이로 사온 생선초밥이랑 미역국을 먹어 치우느라 손도 안 대고 있다가 오늘 아침에 저걸 구웠습니다. 싱싱할 때는 회로 먹는다지만 사온지 하루가 지났고 게다가 회같은 건 전혀 좋아하지 않는데 저걸 손질해 가시 채 오독거리며 먹는 가히 엽기적인 상황을 연출할 생각은 전혀 없었던 관계로 엊저녁에 깨끗이 손질해-손질하기 위해 비닐을 벗기며 비로소 내장 제거를 해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굵은 소금을 살살 뿌려놨었습니다.
무척 싱싱해 보여서 소금 부려서 구우면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긴 했지만 옴마나... 꺼냈더니 거의 붕어 수준의 적나라한 비린내에 잠시 진저리...
참으로 오랜만에 생선 내장 발르는 일을 했습니다. 생물 생선의 적나라한 촉감...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고 깨끗이 씻으면서 보니 가늘고 긴 가시투성이의 생선이더군요. 가시 째 먹지 않는다면 정말 먹을 거 없는....
오늘 아침 전기 그릴을 꺼내 묵묵히 그리고 천천히 구웠습니다. 집나간 며느리가 전어 굽는 냄새에 왜 돌아오는지는 전혀 공감대가 생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지글지글 본연의 기름기를 내며 구워졌습니다. 아마 그렇게 살진 기름기 맛이 요즘이 전어철이 된 이유겠지요.
여하간 그래도 나 먹자고 다시는 그걸 살 일은 없을 듯 합니다. 혼자 먹자고 싱크대 앞에서 적나라한 비린내를 맡아가며 작은 생선의 배를 가르는 그림은 글쎄요. 어딘지 모르게 전혀 일상적인 풍경은 아니지 않을까...
나란 인간이 어떤 부분은 지나치게 편협해서, 혼자서 빈 집에 앉아 담배 피는 모습같은 것은 상상만으로도 싫어서-?- 담배 안 배웠다는... ㅋㅋ
역시나 세일하길레 사 온 새우와 홍합과 오징어와 조갯살이 함께 들어있는 것도 한 팩 남아 있어서 이걸로 해물 칼국수를 끌이나 어쩌나 생각 중입니다. ㅋㅋ
흠... 칼국수 반죽이나 해놔야겠습니다.
어제는 청주 사는 친구랑 잠시 번개를 했습니다. 신랑이랑 딸래미는 미술 관람을 하는 사이에 나는 매주 한 병을 마셔가며 예술의 전당에 있는 스파게티 집에 앉아서 이런저런 얘길 하다 왔습니다.
모처럼 눈부시게 밝은 햇살이 쪼이길레 천천히 느릿느릿 광합성을 해 가면 돌아왔습니다.
어제 여권 사진을 새로 찍고 오늘 찾으러 갔었습니다. 별 생각 없이 대충 헝크러진 머리 슬슬 매만져 찍었는데 이런~~~~ 찾고 보니 웬 소갈머리 없는 중년의 여인네가 떡!!! 하니 들어가 있더군요.
여권 신청하러 가려던 거 그만두고 사진만 찾아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사진 찍은 지도 오래 됐지만 어쨌거나 꽤 충격적이어서 아무래도 다시 찍어야 할 듯 싶습니다. 머리도 자르고 메이크업도 하고....-그래도 사진관 아저씨 얘길 좀 해 줄 것이지. 상태가 영 별로라고...
어쨌든 사진을 거짓말 하지 않는다니까 어쩌면 그것이 가장 적나라한 내 현재 모습일지도 모르지요.
나이 먹고 늙는 것은 당연한데 썩 아름다운-??- 자태가 아닌 것은 살아오면서 그닥 아름다운 짓을 안해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