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애도 2010. 8. 25. 21:54

어제 아침에 일어났더니 머리가 깨질 듯 아팠었습니다. 나는 일 년에 한 번도 두통같은 건 없는터라 전날 늦게 마신 막걸리 탓인가... 했더니만 이런!!!! 감기였습니다.

 저녁부터 실실 콧물에 두통이 심해져서 결국은 약국에서 약 사먹고 일찍 잤습니다.

 오늘은 종일 집에서 곰실곰실 하면서 지냈습니다. 비는 주룩거리고 날씨는 제법 식어서 가끔 선선한 바람이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와 행운목 이파리를 흔듭니다.

 온몸이 잘 쪄서 막 꺼낸 고구마처럼 따끈따끈합니다. 앉았다 일어나면 약간 어지럽기까지 한 것이 제법 높은 열이 나는지 영 기분이 별로입니다.

 열이 심하게 오르면 발이 시려운데 미숫가루를 타서 한 컵 마시고 약을 먹었더니 발이 따뜻해지는 게 열이 열이 내리는 모양입니다.

 엊그제 배탈이 난 것도 아마 이번 감기 증세였던 모양입니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열과 두통, 설사 그리고 콧물이 주된 증상이라고 하더군요.

 

 이것저것 새로운 일들이 생겨서 머릿속이 바쁩니다. 바느질이나 뜨개질은 손 놓은 지 오래 되어서 여름은 다아 갔는데 모자도 가방도 여름 니트도 스톱!!!! 입니다. 문화센타 가을학기 등록해야 하는데 이걸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이렇게 어중간하게 살짝 발만 담그고 마는 것은 딱 질색인데 당최 마음의 여유가 안생겨서 하루가 동동거리며 후딱 지나간다는...

  올 가을엔 왠지 무지하게 바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리하여 머릿속은 생기 통통이고 매일매일 해야할 일을 마치 맛있는 음식처럼 먹어치우고 있습니다. ^^ 

 자 살아야지요.

 여름은 살아내는 것이라면 가을은 저절로 살아지는 축복어린 계절이니 말입니다.

 지금은 분명 내 인생의 가을 초입입니다. 삶이 견디는 것이냐 누리는 것이냐 하는 따위의 쟁론은 여름이 지나가면서 끝났고 자연의 가을이 늘 행복했던 것처럼 내 인생의 가을도 분명 행복하고 빛나는 시절이 될 것입니다. 

 

 비는...

종일 계절을 잊고 내립니다. 집앞 골목의 시멘트 포도는 파랗게 이끼 옷을 입었습니다. 내일은... 제발 챙!!!하고 해가 나길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