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그럭저럭의 날들...

오애도 2010. 7. 18. 23:53

징글맞게 쏟아지던 비는 그쳤지만 온 집안이 눅눅합니다. 덥던 이불에서도 장마철 특유의 냄새가 배 있고 아침에 돌려 널었던 빨래에서도 물기냄새가 납니다.

설거지 하는 것조차도 물멀미를 일으킵니다.

 

바빴던 일주일이었습니다. 내에 약속이 있어서 사람들을 만났었고 청주서 조카아이-고2-가 올라와 이박삼일을 있다 갔습니다. 방학하는 날 오후에 올라와 하루는 강남역을 돌았고 또 하룻저녁은 명동거리를 휘젓고 다녔습니다. 또래도 없어 심심할 게 뻔한데 그래도 고모라고 찾아와 놀고 가는 게 참 이쁩니다.

 주말엔 또 옛제자-??-들이 찾아와 거하게 떡볶이 만들어 먹어가며 하하호호 떠들다 갔습니다. 한 시즌이나 길게는 일년 정도 나한테 수업을 듣다가 그만두고 외국에 나갔다가 다니러 온 아이 몇 이랑 지금은 그만둔 아이랑 한참 전부터 선생님 보고 싶어요~~~ 하믄서 통화를 했었습니다. 사실 앞으로도 선생님 보고 싶어요~~ 하면서 오겠다는 팀이 두엇 있습니다.

 두 어명은 비타민 음료나 디올 립그로스 같은 걸 들고 진즉에 다녀갔었습니다.

선천적으로 곰살궂은 성격이 못되는 나는, 그 보고 싶어요~~ 나 보고 싶구나~~ 소리를 그닥 해 본 적이 없는지라 그 말에 담겨있는 맑은 색깔의 마음때문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세상에 누가 날 그토록 보고싶어할까를 생각해 보면 잠시 과외선생이었던 내게 보내는 그 아이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말이지요.

그리고 둘러둘러 나를 보고 싶어하는 다른 아이들 얘기도 듣습니다. 본인 없는 자리에서 하는 말은 그게 악담이든 덕담이든 진심이라고 나는 믿는 인간이니까 당연히 그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압니다.

 낮에는,  선생님 제가 어디 먼 델 가는데 인사하러 갈께요~~ 하는 문자가 왔었습니다.

어쨌거나, 아직 다아 가려면 멀었는데도 유달리 올 여름엔 그렇게 헤어진 제자들과의 조우가 많았습니다. 그렇게 일상은 몰려오고 몰려갑니다.

 문득... 대량으로 바느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와 인연을 맺었던 아이들한테 하나도 빼놓지 않고 필통이라도 하나씩 만들어줘야겠어서요.

 

 납작하게 눌려진 마음이 다아 부풀진 않았지만 그러는 사이에 그만, 어어!! 하고 한 주가 후딱 지나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난 짐승이나 벌레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사는 듯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흠....

 

 

그나마 열심히 뜨고 있는 모자입니다. 여름 가기 전에 완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알라들이 그럽니다. 선생님 분명히 가을에나 완성하셔서 내년에 들고 다니실 거 같은데요. 킬킬...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원래 가방도 있거던...

 

 

 

역시나 문어발도 아닌데 같이 뜨고 있는 여름 스웨타... 이것도 가을에나 완성할 듯...

 깊이 생각해야 하는 일이나 진지한 몰입따위  없이 짐승처럼 살고 있기는 하지만 그나마 곰실곰실 하면서 손을 놀리고 있지는 않는다는...

 

 

 

조카와 강남역의 31 아이스크림 집에서 내려다본 풍경....

저 많은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열정적이고 부지런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지난 주 토욜 곗날 먹었던 해물찜...

비쥬얼이 좋아서 올립니다. ^^;;

 

 

 

아직 장마는 끝이 안보이지만 이번 주엔 시간 내서 어디 속초 바닷가에라도 혼자 다녀와야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여 있는 물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