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빈대떡...
새벽 세 시도 되기 전에 깨어서 어슬렁거리는 사이에 날이 훤이 밝았습니다. 보통 땐 잠드는 시간에 눈이 떠져 말똥거리게 된 것은 열 두 시쯤 일찍 누워 잠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분명 CSI를 보다가 잠든 것 같은데 잠결에 들리는 것은 사지선다 시험문제 풀어주는 교육방송 강의처럼 하는 주식과 펀드 투자의 시점 따위였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증권방송이나 경제방송 따위로 채널을 맞춘 모양입니다.
침대에 깔았던 대나무 자리가 너무 차서 걷었다가 다시 깔았다가...
세벽 세 시 무렵의 티비는 성인 영화-??- 틀어주는 채널이 많아서 멀미가 날 지경으로 벗은 몸들이 횡행합니다. 채널을 돌렸다가 책을 들췄다가 한참을 엎치락 뒤치락......결국 벌떡 일어나 작은 방으로 건너와 컴퓨터를 켰습니다.
어제 종일 밥은 안 먹고 알라들 먹는 햄버거나 피자 따위로 대충 때우고 넘어갔던 터라 밥 탄수화물 결핍증세-속쓰림 미슥거림- 따위가 일어나길레 그 새벽에 쌀을 씻어 밥을 안쳤습니다. 쌀 씻어 바로 하는 일은 안 하니까 잠시 기다렸다가 불을 켜야겠지요.
며칠... 근원을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허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책 읽는 것도 티비 보는 일도-이건 한참 됐다- 신문이나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이러저러한 이야기나 사건 무엇 하나 마음을 끌지 못합니다. 하다못해 뜨개질이나 바느질조차도 어딘가 김이 빠져 그닥 재미도 열정도 없어져 버렸습니다.
정말로 인간은 무엇으로... 왜... 사는가. 아니 인간이 아니라 '나'는 무엇때문에 살고 있는가에 대한 답없는 의문이 불쑥불쑥 내가 가는 곳마다 생각의 갈피갈피, 마음의 군데군데서 일어났지요.
한동안 계속될 것이고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을 압니다. 분명 무언가 새로운 일을 찾거나 나태함에서 벗어나라는, 나를 지극히 사랑하는 신의 채찍이라는 것도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게 짐승처럼 게으르게 살지 말라는 뜻인 게 분명한데 잠시 낯선 곳에서 방향 잃은 채로 두리번거리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빈 곳이 있지요. 어떤 무엇으로도 -자식이나 남편, 돈이나 명예, 사랑, 물리적인 쾌락따위- 채워지지 않고 채울 수 없는...
사람이 사람인 이유는 그 빈 곳을 발견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일테고 그걸 채우려는 노력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나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감기 기운이 끈질기게 조금은 남아 있어서 인후가 쾌적하진 않지만 아픈데도 없고, 밉고 싫어서 기분 나쁜 사람도 없고, 토요일에 곗돈 타서 주머니도 두둑하고, 며칠 미국의 다우지수나-세계 경제의 바로미터인 관계로...-홍콩의 H주-내가 든 차이나 펀드에 영향을 미친다.ㅋㅋ- 코스피도 코스닥도 오르고 있고-^^;;-뜨개질도 별 실수 없이 자알 되고 있습니다. 알라들 시험결과도 그런대로 좋고 반영구 눈썹문신-??- 이것도 잘 되어서 인간이 또릿해 보이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닥 으쌰으쌰 기운나지 않는데다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듯한 느낌 때문에 몸둘바를 모를 지경입니다.
마치 납작하게 눌려진 빈대떡 모양으로 의욕상실입니다....
여기까지 새벽에 쓰고는 뜨건 밥을 해서 한 공기 먹고 식곤증을 핑계삼아 자려고 누웠습니다. 식곤증은 생기지도 않고 결국 드라마 허준을 2회 연속으로 보고 아홉시 쯤 간신히 잠들어 열 한시 쯤 일어났습니다. 이런!!!! 하루의 반이 날라가 버렸습니다. 좀전까지 빨래를 하고 깨끗이 부엌 정리를 하고는 모닝커피도 아닌 애프터눈 커피를 마시는 중입니다. ㅋㅋ.
더위탓인지 계절 탓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맘때 쯤이면 늘.... 다아~~ 때려치고 산속으로 수행을 하러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달리는데 생각해보니 어릴 때부터였든 듯 합니다. 흠...
어쨌든 마음을 끄는 일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