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마음만 동동거리다.

오애도 2010. 6. 25. 11:34

알라들 시험기간입니다

그렇다고 대낮부터 수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마음이 바쁘고 동동거려져서 손에 잡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뜨개질이나 바느질도 안 하구요. 게다가 어쩐 일인지 날이면 날마다 사람 만나는 일이 이어져서 하루의 반쯤이 날아갑니다. ^^

 어쨌든 일용할 양식을 버는데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 자알 해야겠지요.

선생 생각으로는 그정도로 공부하면 시험에서 틀리는 게 이상한 일인데도 말도 안되는 것을 틀려서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합니다. 틀려서 억울하고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엄마한테 혼날 것을 더 두려워한다는....

그걸 보면서 어느 나이든 다아 제 몫의 삶의 고뇌가 있다는 걸 실감합니다. 그 아이들의 고뇌가 어른들의 고뇌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전히 어른들의 생각일 것이구요.

누구나 제몫의 고뇌를 지고 가는 것이 삶일 터... 누구도 대신 져 줄 수 없겠지요.

 알라들한테, 가시는 걸음걸음이 고뇌의 연속이라는 걸 알아가는 일이 바로 살아가는 일이라고 말해줄 수도 없습니다.  ^^ 뭐 살다보면 그깟 시험 점수 몇 점이 인생에서 그닥 무게가 없다고 말해줄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말해봤자 집에 가서 그런 얘기 했다가 꿀밤이나 한 대 맞을 게 뻔하니까요. 게다가 난 점수 올려주는 게 목적인 사교육 선생이니까 더 말도 안되겠지요. 예전에 그런 얘기 해줬더니 나더러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보라는 순전히 애들스러운 권유를 받았습니다. 저희가 무조건 뽑아드릴께요...

너그들은 투표권도 없거든. 게다가 엄마들은 아무도 안 뽑을 걸... 게다가 경쟁없는 사회는 발전도 불가능하단다. 지나친 경쟁이 문제지...시험이란 게 없으면 느그들 공부랍시고 일케 긴장해서 하는 짓도 안 할 거 아니냐?

 뭐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대충 그렇게 합리화 하고 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기간이면 오히려 충만한 긴장으로 생기가 있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알라들도 눈이 빛나고 선생도 역동적으로 가르치고 말입니다.

 

 하여,  

널럴한 날건달 생활은 당분간 저당잡혔지만 제법 생기 있는 날들이기도 합니다. 시간은 얼마나 아까운지 쪼개고 또 쪼개서 안 읽던 책도 읽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훨씬 자주 하게 되거든요. 하하.

 

오늘은 금요일이고 내일은 쉬는 토요일이니까 늦게까지 울집에서 보충하는 녀석들을 위해서 바카스나 두어상자 사다놔야겠습니다.

 나는 뜨건 밥해서 자알 먹고 기운내서 가르쳐야지요. 목소리는 벌써 맛이 갔습니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