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벌스데이!!! 투 미...
오늘은 내 귀빠진 날입니다.
하여 아침에 일어나 흰 쌀밥을 짓고, 어제 사다 미리 끓여놓은 양지머리로 미역국도 끓였습니다. 천원짜리 소세지도 계란 입혀서 부치고 나 좋아하는 두부부침도 했습니다. 어릴 때 생일에만 올라왔던 계란찜도 했습니다. ㅋㅋ. 그것도 업그레이드 된 삶을 보여주느라 명란젓 넣어서 말이지요. 어릴 땐 이런 반찬만 있어도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모릅니다. 하여 지금까지 생일이면 꼭 계란부침이라도 해먹는다는.....
밥은 꼭 흰밥을 했었던 거 같은데 늘 보리밥만 먹다가 흰밥을 먹으려면 목이 꺽꺽 막히기도 했었습니다.
뭐 흰쌀밥은 아니래도 그래도 쌀이 훨 많이 들어갔던 생일밥이었지요. 하얗게 쌀로만 지어 그릇에 빈 곳없이 가득히 퍼 담아 주었던 이유는 아마 잡스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모자라거나 결핍된 삶을 살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을 것입니다.
떡갈비는 어제 마트에 갔는데 세일하길레 사왔습니다. 폼이나 좀 잡으려면 잡채도 불고기도 갈비도 해야하는데-그런게 잔치 음식이니까... ^^;;- 뭐 혼자 먹자고 그랬다가는 먹어치우는 후환이 두려워서 생략했습니다.
어쨌든 나 좋아하는 반찬으로만 먹고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어 있다니...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지요.
어제 낮에 엄니 전화하셨습니다.
내일 생일이니께 미역국이라도 끓여 먹어야지...
어느 순간부터 울엄니, 종종 딸래미 생일 까먹으십니다. 나는 저녁까지 엄니 전화를 기다리는데 그게 전화가 안 오면 괜히 마음이 짜안 합니다. 섭섭하고 서운해서가 아니라, 울엄니 늙으셨구나... 하는 마음때문에요.
그리고는 저녁에 전화해서 엄마 오늘이 내 생일이여~~ 하믄 그때서 저런 어떡하냐? 메칠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디... 이렇게 아무 쓸다리 없이 늙어서 어쩌냐... 하시지요.
어제 전화 받으면서 울엄니 잊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쓰셨을 지 눈에 보이더군요.
어제는 큰오빠 내외가 홀로 늙어가는 여동생, 생일 밥 한끼 사주겠다고 상경했었습니다. 하여 이틀만에 또 마키노차야에 갔다는 전설이!!!!
홀로 살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는 것은 그렇게 가족과 형제들의 마음을 읽을 때입니다.
아홉시 땡!!! 하니까 김영모 제과점에서 축하 메세지가 날라왔습니다. 좀있다 나가서 케잌이라도 사다가 촛불 세리머니 해야겠습니다. 남는 케잌은 저녁에 수업하러 오는 알라들 멕이지요. ㅋㅋ.
이날까지 크게 아프지 않고, 크게 슬픈 일 당하지 않고, 남한테 못할 짓을 했다거나 내 양심에 크게 꺼려할 일 하면서 산 것 같지도 않으니까 내가 나에게 자알 살았다고 툭툭 어깨 쳐주고 싶은 날입니다.
앞으로 더 자알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더 자알 살아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