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비오는 동물원... 그 고즈넉함...

오애도 2010. 5. 24. 21:37

서울 대공원 동물원에 다녀왔습니다.

에버랜드 장미 축제엘 가려던 계획을 비 때문에 취소하고 서울 대공원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청계산 자락인 대공원 뒷산도 안 타고 그냥 비가 정말 보슬보슬 내리는 동물원을 서너시간 우산을 쓰고 돌았습니다. 공기는 깨끗했고 날씨는 서늘했으며 정말로 비는 보슬거리거나 부슬 거리거나 자욱하니 안개처럼 모양을 바꿔가며 줄기차게 내렸지요. 그 빗속을 새새 혹은 조근조근 지치지도 않고 떠들면서 돌았습니다.

비는 얼마나 얌전히, 내리던지 엊그제 둘레길에서 만났던 그악스럽고 심술궂은 빗줄기와 바람에 비하면 이건 얌전하고 순수한 어린 소녀같았습니다. 옆으로 한번 들이치지지도 않고 소리도 없이 보슬보슬이라는 부사어가 딱!!!! 들어맞을 둣 싶었습니다.

 

이파리 없는 원숭이 사의 죽은 대나무 가지에 빗방울이 뭉쳐 크리스마스 무렵 시내의 가로수에 감아놓은 꼬마전구처럼 매달려 있었습니다. 우리는 잠시 서서 그것들을 바라보며 신기해 했지요.

 나무들은 담록색을 벗어나기 시작한 이파리들을 매달고 있었고 그것들은 싱싱하게 생명력 가득해 보였습니다. 한가하고 고즈넉한 동물원의 풍경이라니!!!!

 

어떤 것들은 그때가 아니면 안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후덥하지 않은 비 내리는 날씨와 무겁게 빗방울을 매달고 있었던 아카시아 꽃들과 어떤 무엇보다도 생명력 넘치는 나무들의 솔직한 자태와 빗속에서 의외로 활기차게 소요하던 맹수들...

 

비오는 날의 동물원은 때로 감동적입니다.

 

 

 

 

 

어제 지은 밥이 어쩐 일인지 꼬들하게 지어졌습니다.

하여 냉장고를 뒤져 볶음밥을 만들었습니다. 감자를 다지고 맵지 않은 풋고추와 돌려깎아 잘게 썬 오이, 그리고 스팸, 잘게 썬 양파 볶은 것...을 넣어 만들었습니다. 뜨거운 프라이 팬에다 계란 깨뜨려 넣고 고슬한 밥을 넣어 볶다가 따로 볶아놓은 야채 넣어 한 판 휘익 섞으면 됩니다. 후추와 소금간 하고...

그리고는 잘 익은 열무김치랑 먹으면 되지요.

 

조카 재은이가 지난 번 중국집에 갔을 때 새우 볶음밥을 먹으랬더니 고모가 만든 게 제일 맛있어서 안 먹겠다고 하더군요. ㅋㅋ. 귀여운 녀석...

 

 

맛있는 볶음밥 사진입니다. ^^

 

 

 

 

볶은 야채가 남아서 두어번은 더 해먹어야 할 듯.... ^^

 

 

 

 

이건 아주 자알 익은 열무김치....

 

  

 

비가 개면 분명 훌쩍 계절이 지나갈 것입니다.

나이 먹으면서 계절에 대한 호오가 극단적이지 않게 된 듯 합니다. 다가오는 여름도 제법 살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여름이 참 싫다!!! 라고 고약을 떨다가는 다음 생에 여름만 있는 나라 즉 베트남이나 라오스 이런데서 태어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ㅋㅋ

 

새벽에 꿈을 꿨는데 내 손금에 크고 선명한 별이 그려져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전혀 삐뚤어진데 없이 완벽하게 다섯 개의 모를 가진 별이었다는...

분명,무지하게 좋은 꿈입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