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우중충한 봄날에...

오애도 2010. 4. 1. 12:22

 

우중충한 날입니다. 올봄엔 정말 자주 비가 내립니다. 그때문인지 대체로 과일맛이 별로입니다.

며칠동안 줄창 과일만 먹어댑니다. 학부모가 보내준 한라봉도 있고 내가 그나마 늘 사 먹는 사과도 있고 딸기도 있고 토마토-대저 토마토-도 있고...

누군가 밥먹기 전에 과일을 잔뜩 먹으면 다이어트가 된다길레 나름 신경써서 먹고 있는 중입니다.

맛없는 딸기는 플레인 요거트 사다가 푸욱 찍어 먹습니다.

 원래 요즘 딸기가 제 철에 나는 달기보다 훨씬 달고 맛있는데 영 밍밍합니다.

그러고 보면 과일의 당도는 높은 온도외에도 맑은 햇빛도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뭐 일케 이교차가 심하면 아삭거리기까지 할지도...

 

월요일 화요일 내리 산엘 갔습니다. 월요일은 청계산, 화요일은 대공원 뒷산...

그동안 운동 안하고 책상 앞에 앉아서 뜨개질이나 뭐 이런것만 고물댔던 탓에 첫날 청계산 갔다와서 입술이 빨갛게 탈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이야!!1 이런게 체력의 저하라는 것이구나... 를 실감했지요.

 

다음날,  그러기나 말기나 가볍게 하자고 이번엔 대공원 삼림욕장으로 코스를 잡았는데 생각보다 강행군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참치 샌드위치를 만들었습니다.

다아 완성된 샷은 안 찍고 저렇게 빵위에 올려놓은 샷만 덜렁 하나 있습니다.

신선한 오이 채 썰어 소금에 살짝 절여 꼭 짜고, 삶은 계란은 흰자는 잘게 썰고 노른자는 삼분의 이, 즉 세개면 두개만 으깨 넣고-노른자 많이 넣으면 느끼... 하다는- 참치는 마일드로 기름기랑 물 빼고 양파는 가늘게 채쳐 찬물에 담가 매운 맛 제거해서 투명해질 정도로 꼬옥 짜서 잘게 다져 넣습니다. -이 양파 다진것이 참치 샌드위치의 맛을 좌우한다는... 파 싫어하는 나지만 우얐든 넣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다. 단 냄새가 너무 강하면 그것도 맛을 망치는 원인... 뭐 물론 안넣거나 냄새가 많이 나도 못 먹거나 맛이 없거나 하진 않는다. 다만 아주 섬세한 맛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마요네즈를 넣어 버무리면 됩니다.많이 넣으면 이것도 느끼~~해서 나는 아주 조금 대충 엉길 정도만 넣고 방에 마요네즈나 버터-이건 잘 안쓴다- 바른 후에 잘 넣고 덮으면 됩니다.

 아주 소박하지만 절대로어설프지 않은 홈메이드 스타일의 샌드위치 맛이 납니다.

뭐 서양에서는 죄수 호송차의 은어로 샌드위치 바구니라고 한답니다. 한 삼십년 전 쯤에 어느 월간지에서 본 거니까 지금은 안 쓰일지도 모르지요.

 이유는 샌드위치 속에 들어 있는 재료들이 신선할 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주 오래 전 대학 때 학기 끝나고, 친구들 여남으명이랑 설악산에 놀러 갔었습니다. 무쟈게 열정적이고 부지런한 -??- 나는 저 모든 재료를 싸짊어지고 가서 현지해서 햄버거빵 사서 샌드위치 만들어 권금성에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 먹고 왔습니다. 돈 아껴야 되니까 점심 대신으로... ㅋㅋ.  열 다섯 개쯤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걸 배낭에 넣어가지고 갔었지요.

뭐 그때는 엠티 갈 때 북어 사갖고 가서 북어국도 끓여줬고 마늘 다지기까지 들고 갔던 열정이 있었다는...

 나이 많은 학생이었던 나는 그후로 매번 북어국을 끓였다는 전설이...ㅋㅋ.

 에고...  그때 나는 참 진지하고 열정적이고 열심히고 서툴었지만 세상은 반짝반짝한 것이라고 믿었었습니다. 저 샌드위치를 만들면 꼭 그때 설악산 권금성에서 먹던 게 생각납니다.

 그러나 고백하자면 난 샌드위치를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여 다른 누군가를 위하여 만드는 일은 즐겨하지만 나 먹자고 저런 일은 안 한다는...

 

 

 

오늘은 청주 사는 조카들 가르치러 내려갑니다. 앞으로 일 주일에 한 번씩 내려가서 글짓기라도 가르치겠다고 결심은 했는데 잘 지켜질지는 모르지만 잘 해봐야지요.

 

개인의 일상이나 사회나 다아 때가 있는 듯 합니다. 안팤으로 뒤숭숭한 것이 요즘 날씨와 닮아 있는 듯 합니다.

어떤 것이든 변하지 않는 한 가지 모습으로 나아가는 일은 불가능하겠지요. 그렇게 삶이, 시간이, 세월이, 역사가 흐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