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시간은 흐른다...

오애도 2010. 3. 19. 12:18

목이 잔뜩 쉬었습니다.

토요일 곗날, 일요일 수업 잔뜩, 월요일 화요일 큰 올케가 와서 이틀 내에 이바구, 저녁에 수업, 수요일... 일요일에 미뤄놓은 수업... 하고 났더니 어제는 그만 목이 꽈악 잠겼습니다. 종일 입닫고 있다가 혼잣말이라도 해보면 성대 어디 쯤 잔뜩 때가 낀것처럼 소리가 힘들게 나오는 것을 느낍니다.

 

얼마전 다큐멘터리에서 식도암의 발생 과정을 보여주더군요. 음식을 씹지 않고 먹는 것이 습관화된 환자는 역류성 식도염이 됐다가 그 식도가 위 점막과 같은 세포로 뒤덮이는 과정이 나왔습니다. 인체의 놀라운 자가 진화-??-능력이지요. 그리고 그 점막은 점점 견고해져서-??- 나중엔 죽지않는 세포 즉 암세포로 전이되는 것입니다.

 아주 오래 전 어느 다큐에서도 불로불사의 세포를 연구했더니 그만 그것이 암세표였다는 것을 그래픽으로 보여주는데 그것은 내 기억속에 아직도 충격적인 영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흠...

 

 어쨌거나 얘기가 길어졌는데 이렇게 목을 혹사시키다가 언젠가 목에 굳은 살이 박히고 그것이 강인하게 굳어지느라 전혀 다른 불멸의 세포로 변하지는 않을까... 종종 생각합니다. -아는 게 병-

뭐 가수나 이런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원래 튼튼한 것과 원래 시원찮은 것을 혹사하는데는 분명 천양지차일 것입니다.

 사근사근, 나붓나붓... 말하는 버릇을 들여야겠습니다. 소음도 업이고 쓸데없는 말도 업일테니 말입니다.

말로 쌓은 덕과 업 중에 어느 것이 더 많은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업이 더 많아서 입닥치고 살으라는 신의 섭리일 수도 있을 것이고 덕이라는 게 자기 희생없이는 쌓을 수 없는 것이니 나름 희생적인 양태로 쉰 목소리가 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그렇게 목소리가 잠기니까 그냥 생각도 잠기고 행동도 잠겨서 며칠 째 빈 시간에 뜨개질만 줄창 했습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면 당연히 저녁에 두시가 넘어도 정신이 말똥말똥해서 모니터나 줄창 들여다봤더니 난시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모양입니다.

 오늘은 문화센타 가는 날이고 오는 길에 안경을 맞춰야겠습니다. 바느질이나 뜨개질 하는데는 하등 지장없는데 많은 것들이 티미하게 흔들리고 뭉뚱그려 보여지는 바람에 세상이 다아 흔들리고 애매모호하게 느껴질 지경입니다.

 무식한 인간인 나는 안경이라는 건 안과에서 검진받고 안경가게에서 사는 줄 알았는데 안경가게에서 그냥 맞춰 사면 된다고 하더군요. 흠...

내 사주를 풀면, 튼튼한 불이 세 개나 있고 그걸 극하는 물은 시주에 들어 있는터라 당연히 눈이 나빠질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시주가 자식이거나 말년-인생을 년월일시 네 단계로 볼 경우-이니까 드디어 말년인 물의 시대가 도래한 모양입니다.^^;; 별 거에 다 사주팔자를 맞춥니다. ㅋ.

 

 낼은 울아부지 기일입니다.

어제 아침 꿈에 울아부지,  본 적 없는 시골집 대문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싸리나무 울타리 쳐저 있는 마당은 분주하고 평화로운데 아부지는 건강하고 따뜻한 표정으로 왔다갔다... 하셨습니다.

 지난 번 꿈에 길에서 아버지를 만났는데 다리 건너 낮은 한옥집에서 새로 살림을 차리셨다는 걸 알고는 나는 모르는 척 하는 것이 옳은 일일 것 같아 외면하고 부지런히 번잡한 역광장을 지났었습니다. 등뒤에서 아버지 시선을 느끼며 생각했었습니다.

 울아부지는 내 맘을 아시겠지...

 

 깨고 나서 어쩌면 이승인연이 끝나가는구나... 생각했었습니다.

아버지의 세계는 이제 다른 세계일 것이고 그렇게 다리 건너 세상에서 평화로운 날들을 보내시겠지... 했었는데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가슴절절히 내 아버지를 그리워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내 생애 처음 가장 가까운 인연과의 이별이었던 탓에 인연의 소중함과 인연의 아름다움과 인연의 아픔까지를 다 실감하게 하는 존재입니다. 내 아버지는...

 세상 어느 것이나 의미있고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으니 말입니다.

 

시간이 흐르고 삶이 흐르고 나는 묵묵히 걷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