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겨울엔 추운게 정상...

오애도 2009. 12. 21. 01:05

며칠 째 추운 날씨입니다.

별로 나갈일 없는 나는 매트 먼지 털러 밖으로 나갔다 오면서 겨울엔 그래도 추워야 되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따뜻하면 지내기야 편하겠지만 그래도 이름값을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사과는 사과답고 배는 배다워야 하고 바나나는 바나나다워야 하는 법... 내가 바나나 싫어한다고 바나나더러 사과같지 않다고 투덜대거나 비난할 수는 없겠지요. 

 나이 들면서 상대성과 보편성과 특수성을 헷갈리지 않게 되서 다행입니다.

 

 어제는 우리 집에서 계모임이 있었습니다. 다섯 명이 모여 저녁 먹고 와글와글 새새 킬킬거리며 놀다가 자고는 아침 일찍 돌아갔습니다. 얘깃거리나 톤을 보자면 어떤 것은 몇년이고 몇년이고 그대로인 것도 있고 한편으로는 제법 달라진 것도 있습니다.

 누구나 공평하게 나일 먹고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지만 내 앞에 놓여있는 풍경은 각자 다를 것입니다. 풍경도 다르고 그것을 인식하고 또한 대하는 방식도 각자 다르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르고 혹은 낫고 모자라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서로 색깔이 다른 길을 가고 있고 또한 갈 것이고 또한 나중엔 분명 전혀 다른 풍경 속에 놓여 있겠지요.

 확연히 느끼지만 다아 말해지거나 혹은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겠지요. 

 

오늘은 시험 끝나고 첫 수업이라고, 선생님~~ 공부는 다음 주부터 열심히 할테니까 오늘은 신나게 쉬지요~~ 하고 제법 가당찮은 주문을 하길레 비싼 돈 내고 그러고 싶냐? 어쩌구는 했지만 결국 알라들 데리고 닭튀김 집에서 거하게 햄버거며 치킨이며 먹고 돌아와 늦게까지 부루마블 게임을 했습니다. 확실히 그런 잡기들을 해보면 성격들이 드러납니다. 평상시에는 무쟈게 개기는 알라가, 주사위 잘못 던져 돈 왕창 잃자, 미안해 나때문에 졌어... 라고 하니까,  그건 아니지... 황금열쇠 카드가 잘못 나와서 그런거니까 그건 니 탓이 아니지....하더군요.

이야~~참... 둘 다 멋있는 녀석들입니다. 내가낳은 자식도 아닌데 그런 감동적인 장면을 보면 괜히 대견해서 가슴이 뭉클~ 합니다. 나는  사람들은 누구든 영혼의 키만큼만 보고 느낀다고 믿는데 그런 걸 보면 영혼의 키나 기본 성향이라는 건 타고 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꽤 오랫동안 몸에 열감이 있습니다. 폐결핵 환자처럼 미열에 시달리는데다 기분 나쁘게 어딘가 보이지 않는 곳에 염증이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종합검진을 받으러 갈까 일단은 충치 치료를 먼저 할까 고민을 좀 했습니다.  오랫동안 살아있는-??- 충치가 있는데 현재 내몸의 염증은 그게 확실하니까 원인이 그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여 어제 글리세린 사러 갔다가 약사에게 혹 충치 때문에 몸에서 계속 미열이 날 수도 있냐고 물었더니 그럴 수 있다고 하더군요. 하여 내일은 치과에 들러 사랑니를 뽑을 생각입니다. 뭐 사랑니 뽑다가 죽는 경우도 있어서 종합병원 가서 뽑아야 된다는 애길 들은 거 같아서 검색해 봤더니 나는 전혀 해당사항 없었습니다. 사랑니는 반듯하게 났고 다만 오랫동안 조금씩 썩어서 반 정도 남아 가끔 건드려지면 아플 뿐입니다. 치통이 있는 것도 아니고...

 흠... 그러고 보니 피곤할 때마다 코밑에 열뭉치가  생기는 게 그것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내가 거의 자가진단 의사라는.... ㅋㅋㅋ.

 

 신생아 살리기 모자는 두 개째 뜨고 있고 스웨터와 동시에 조카에게 줄 무지개떡 색깔로 목도리와 모자를 뜨려고 실을 주문해 놨습니다. 그거 받으러 낼은 잠실 롯데 백화점엘 가야하는데 간김에 롯데월드나 들어가 어슬렁거려볼까 생각 중입니다. 모두들 신나게 놀이기구 타고 노느라 정신없는데, 혼자서 쿨하게 어슬렁대는 것도 묘하게 재밌습니다. 예전엔 가끔 했었지요.

 

아침에

선생님~ 춥기 전에 드린다는게 늦었어요... 하면서 예의 그 학모님이 질좋은 오리털 파카를 보내셨더군요. 요즘 많이 입는 번쩍번쩍하는 원단의 가볍고 스타일리쉬한 골프웨어 브랜드의...

 맘에 안 드시면 어디어디 가셔서 바꾸세요~~ 했는데 맘에 안 드는게 아니라 싸이즈가 작아서 바꿔야겠습니다. 흑흑

어쨌거나  별 걸 다 받는 오애도... -자랑질입니다-

 

할 일 많고 바쁘지만 내게는 분명히 노는 날인 월요일입니다.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