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바치는 굴밥...
내가 세상과 사람들에게 내어 놓는 것보다 세상에게, 사람들에게 훨씬 많은 것을 받고 사는 게 분명한 인간인 나는 오늘도 원산지에서 사 온 싱싱한 굴 한팩을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로 마트에 들러 무 한 개를 사와 저녁에 굴밥을 뚝배기에 지어 '나'에게 대접했습니다.
무와 굴이 맛있는 계절이지요.
별 걸 다 아는-??- 나는 그래서 이 맘때 쯤이면 그냥 무밥을 해먹어도 맛있지..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풍성해지는 인간이지요. 무밥을 해먹는 일도 별로 없으면서 말입니다.
생굴을 좋아하진 않는데-혹은 먹는게 다대하게 불편한...- 굴국밥이라든가, 굴짬뽕이라든가, 굴 듬뿍 들어간 동천홍의 사천탕면은 아주 좋아하지요. 해먹는 경우는 물론 드물지만 굴전도 좋아합니다. 아니 미나리와 부추넣고 굴 많이 넣고 부친 부침개도 좋아하구요. 적어도 김치전에 굴 넣는 짓 따위는 하면 안된다는 것도 알구요.
한참을 고아도 여전히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사골의 막바지에다 2등급 쇠고기 양지머리- 2등급인 이유는 질과 상관없이 자투리 고기라서..- 사다가 넣고 같이 끓이는데 그 구수한 냄새를 맡으며 '나'를 위해 굴밥을 지었습니다. 햅쌀을 불리고, 탱글한 굴을 씻어 된장찌개나 청국장 끓이는 뚝배기에 안쳤습니다.
다진 마늘과 냉동실의 파를 다지고 고춧가루와 통깨와 설탕과 식초와 진간장과 조선 간장을 섞어 양념간장도 만들었구요. 마지막에 참기름도 넣었습니다.
하여...
이렇게 탱글한 굴이....
뚝배기 안에서 굴밥이 되었습니다.
그것을 그릇에 퍼담고...
양념간장을 얹어....
잠시 숨을 고르고...
쓱쓱 비벼서...
굴과 무를 잘 섞어 한입... 먹는데
그냥 굴향기와 무의 들큰함을 느끼며 먹거나...
이렇게 잘 익은 울엄니표 김치를 얹어 먹으면 되는 것입니다.
나랑 살아줘서... 나에게 투덜대지 않아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갈수록 감사함이 넘치는 이유가 되줘서 고마운 '나'에게 가끔 최선을 다해 떠받들어 주는 일도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