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복...
일요일 아침 수업에는 다섯 명의 남자 아이들이 있습니다. 새로 들어온 아이가 둘 있고, 기존에 하던 아이가 셋이지요. 다섯 모두 같은 학교 알라들이어서 여기 와서 서로 키들거리며 아는 척 하는 참!!! 귀여븐 녀석들입니다. 일찍 사춘기 들어서 느물거리는 아이 하나 없이 아직은 믿어지지 않을만큼 어리고 순진하고 착합니다. 그 중에 아들 낳으면 딱 그렇게 낳고 싶은 아이가 있는데 정말 선천적으로 '순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여서 참 신기할 지경입니다. 아무리 우락부락한 녀석들조차 감히 어떻게 손대지 못할만큼 특이합니다.
그 아이가 종종 덜렁덜렁 아침이면 이것저것 들고 옵니다. 어느 땐 포도가, 김이, 떡이나 때로는 쇠고기 같은 것도 있습니다. 특별히 격식 차리지 않고 검은 비닐봉지 담긴 쇼핑백에 담겨 있지요.
어제는... 금방 쪘는지 따끈따근한 고구마와 저렇게 땅콩알 만한 쵸콜릿이 듬뿍 박힌 머핀 하나, 굵은 호두 듬뿍 섞인 접시 만한 쵸코 쿠키 하나, 역시 접시 만큼 큰 도우넛 한 개를 들고 왔습니다.
간식 보내신 거니?
아니 선생님 껀데요~~.
이런... 잘 먹겠다고 말씁드리렴...
고구마는 뒤에 오는 알라들과 먹고 아침까지 저 간식들은 남아 있었습니다. -알라들 여럿이라서 누군 주고 누군 안 주고 할 수없었다-어디서 샀는지 물어보고 싶을만큼 큰 크기에다 제대로 자알 만든 것들입니다.
-호두 쿠기는 크기도 했지만 하도 촉촉해서리 그만 저렇게 갈라져 버렸다-
반식 다이어트도 다이어트고 또 나란 인간이 먹는 걸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상하게도 달고 리치한 케익 종류를 즐기는 것은 전혀 아닌 터라 친구한테 반 씩 잘라주었습니다. 가끔 애교섞인 생각으로 그 엄마가 내 푸짐한 몸매를 보고 먹는 걸 무쟈게 좋아한다고 생각을 하셨나... 하기도 합니다. ㅋㅋ.
여하간 무쟈게 먹을 복 많은 인간입니다. 복 중에 가장 큰 복이 먹을 복... 이겠지요. ㅋㅋ.
나는 분명히 내가 세상과 사람들에게 내어 놓는 것보다 세상과 사람들에게 훨씬 많은 것들을 받고 사는 인간이 분명합니다. 하하.
청계산에 다녀왔습니다. 가을빛 가득하더군요. 지난 금요일에는 친구가 와서리 문화센타 강의를 또 빼먹었습니다. 하여 방석도 가방도 못 만들고 여전히 목도리만 가지고 조물락거리고 있습니다. 흠... 불성실한 학생이지요.
몇몇 아이들이 아파서 수업 두어개가 빠졌습니다. 그래도 토, 일요일 지나고 나면 휴일같은 기분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