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끗!!!!!!에 관한 소고.
어제 아침 다리를 삐끗했습니다. 전 날 왔던 친구가 아침에 차 빼는 것을 봐준다고 나갔다가 현관입구의 잔디처럼 생긴 초록색 매트에서 말입니다.
어릴 때부터 자주 그러는지라 삐끗하는 순간, 이건 고생 좀 하겠군... 하고 감을 잡을 수 있을 지경이 됐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자리에서 실실 붓기 시작하더니 낮동안은 제법 퉁퉁 부어서 걷는데 제법 불편했습니다. 파스만 붙이고 버티려다가 저녁에 할 수 없이 약국에 가서 소염제 한팩 사다가 두알 먹고 잤습니다. 아직도 부은 감은 있지만 아침엔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붓기도 제법 빠지고 걷는 것도 많이 나아졌구요. 친구가 그렇게 시골 무지랭이처럼 사고 뒤처리를 하다간 늙어서 고생한다고 실실 겁을 주더군요. 그러기나 말기나 그냥저냥 버티면 별 탈 없다는 것을 압니다. 삐끗은 삐끗일 뿐이니까요. 만약에 무릎 한 부분을 모서리에 부딪혔다면 붓거나 아프지 않아도 그건 제법 겁을 냈을 것입니다. 부릎뼈가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여하간 삐긋해서 반대쪽이 붓는 것은 근육이나 뼈를 보호하기 위해 전해질 물질이 쌓여서 그렇다는 것 쯤은 알거든요. 어떤 것들은 자연 치유력이 현상중시적인 인공치유력을 훨씬 능가한다고 믿는 인간입니다. 하하.
지난 봄에는 등산하고 오다가 풍년집 앞에서 삐끗 하더니 꽈당당!!! 하고 넘어졌었습니다. 무쟈게 머쓱한 일이긴 해도 그렇게 꽈당!!! 하고 넘어지면 의외로 발목은 무사합니다. 그렇게 꽈당... 넘어지고는 가볍게 뱅글 굴러-??- 덤블링 하듯이 툴툴 털고 일어났다는...
그런데 사실 삐끗하고 부었을 때 아픈 것보다는 삐끗!!! 하는 그 순간이나,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 훨씬 공포스럽습니다.
어쨌거나 고통이라는 것도 분명 내성이 생기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삐끗!! 정도로 내 몸의 다른 질병이나 고통을 상쇄하는 것이라면 아이고 하느님 감사한 일이지요. ^^
소염제는 여덟알이 남았습니다.
아프지도 않고 붓기도 가라앉아 더 이상 약을 먹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날짜를 써 넣으면서 하이고! 제발 삐끗!!! 해서 다시 이 약을 먹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그저 거기에 써 있는 다른 용도, 즉 편두통이나 월경 곤란증-생리통??- 같은걸로 약을 소진했으면 좋겠습니다. ^^;;
삐끗!!!!!
내게 있어 일상에서 문득문득 생각하면 가장 싫고 겁나는 상황이거든요. -전생에 삐끗!!! 해서 발목 아파 죽었었나... 싶을 정도로...-
비내리는 불의 날입니다. 어제 그제 뜨거웠던 지상의 사물들이 제법 식어내리겠군요. 커피가 땡기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