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애초에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뭔가 잘못 된 날이다.
어제 그다지 일찍 잔 것도 아닌데 새벽에 깨어나 전전반측하다 잠이 든 모양인데 깨고 나니 옴마나... 열시가 가까웠었다.
최근 들어 새로 깨달은 징크스인데 늦게 일어나는 날은 그날 하루가 별로 좋은 것이 없다. 어그러지는 것이 다반사인데 약속은 깨지고, 하려고 했던 일은 어영부영 하다 넘어가고 하다못해 바느질을 해도 실수를 하게 된다.
오늘, 그 징크스 탓인지 어쩐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모든 일이 다아 어그러졌다. 일이 있어서 전화한 학부모는 세 번이나 전화를 했음에도 내에 전화를 안 받고, 내일 오는 조카들 땜시로 전화를 두 번이나 했는데 올케랑은 통화도 못했고, 살기가 어려워서인지-??- 보름 넘은 교육비도 보내주십사~~ 문잘 보내도 감감 무소식인 엄마들한테도 유달리 신경이 예민하게 쓰였다. 엄니가 택배로 보낸 김치는 봉다리가 터져 국물이 줄줄 흘렀고 하다 못해 단 몇분만에 성공해 치우는 컴퓨터 카드 게임도 한 시간 가까이 붙들고 있어도 전혀 성공을 못했다는... ㅋㅋ.
이미 오전에 눈치를 챘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세 번이나 전활 해도 안 받는 학모한테 부글부글 속이 끓을 리도 없었고, 아무리 해도 안되는 카드게임을 오기로 몇시간 씩 하면서 울화통이 터트릴 리도 없고, 돈을 안내는-??? 엄마한테 전화해서 사정이 어려우시면 잠깐 쉬게 하는게 어떨까요~~하고 얘길할까 말까 노심초사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혹여 오후가 되면 나아질까 했는데 전혀~~ 나아진 것은 없다. 다만 나는 깨달았을 뿐이다. 이건 누구 탓이 아닌 그저 나의 오늘의 운세... 다.
그저 많고 많은 날에 비오는 날도 햇빛 쨍한 날도 안개 낀 날도 있듯이 이렇게 마음이 종종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처럼 파다거릴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물론 일상이라는 것이 몰려오고 몰려가듯이 어떤 일들은 단 몇 분만에 스르르... 한꺼번에 풀어지는 것도 순식간이다. ...
여기 까지는 어제 저녁에 쓰다가 만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어제 있었던 대부분의 꼬인 일들은 한꺼번에 확!!!!!! 밤 열 시를 기점으로 풀렸다.
그래 그런 것이다.
저녁 무렵 그래, 이것이 오늘의 운세인 모양이군. 하고 동동거리고 파다거리던 마음이 다스려졌다.
누구든 그렇겠지만 그렇게 나는 종종 일상의 시험에 든다. 그것이 하나님이든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분명 뭔가 의도가 있어서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인데 이젠 이게 시험이구나... 하고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마음을 다스리거나 시간 지나기를 기다리는 것에도 매우 노련해졌다.
매일매일이 그래, 이정도면 됐어, 감사한 일이야. 일케 아무 일 없이 평화롭고 행복해도 되는겨? 하고 두리번거릴 정도인데 그 정도의 심리적 지불은 너무 약소한 것인지도 모른다.
엊그제는 청주서 올라온 친구랑 막차표 끊어놓고 열두 시 직전까지 터미널 근처에서 두어시간 이바구를 하며 맥주를 마셨다. 그렇게 잠깐 얼굴볼까? 하고는 벼락치듯이 만나는 일에도 아직은 성가시다는 생각 해 본 적 없는 걸 보면 아직은 그런대로 에네르기슈~~ 한 게 분명하다. ㅎㅎ.
오늘은 조카들이 오기로 되어 있다. 내일은 분명 놀이공원에서 가서 돌아쳐야겠지.
아직은 그런 거 귀찮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일케 건강한 몸과 마음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
오늘은 참으로 청명한 날씨... 햇살은 뜨겁지만 파삭거리는 공기탓에 그늘에서는 전혀 더운 줄 모르는 날씨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고... 그것이 우리네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