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그렇게 걷는다...

오애도 2009. 7. 21. 11:25

어제... 그처럼 끈적이는 공기속을 헤치고 강남역까지 실실 걸어 맥주집엘 갔습니다.

 

가끔씩,  분명 맥주집인데 맥주 말고 안주로 나오는 훈제 치킨이나 갈릭 피자가 먹고 싶을 때가 있지요.

후텁한 날씨에 땀을 삐질거리며 들어가 시원한 맥주로 화악!!! ㅋㅋ

 

처음 시킨 것은 훈제치킨이었는데 사진 찍기 전에 다아 먹어치워서리....

 

이것은 새 메뉴인 모양입니다. 쉰켄 소세지....

세 가지 종류의 소세지가 얇게 썰어져 나오는데

 

 

 

차갑고 큰 소세지위에 가늘게 채친 양배추와 양파, 무순 그리고 소스를 얹어...

 

 

돌돌 말아....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먹으면 됩니다.

 

 

도시 한복판에 산다는 것의 즐거움이지요. 일없는 저녁 어슬렁 어슬렁 걸어가 친구랑 한 잔 마시고 다시 어슬렁 어슬렁 걸어옵니다. 

하긴 굳이 도시 한복판이 아니라도 누릴 수 있는 일이군요. 어느 동네건  집 옆에 소주집 맥주집 구이집 밥집이 수두룩할테니 말입니다.

 

저긴 강남역에 있는 맥주집인데 사람들 버글거리는 거리를 걷고 있자면 내 집의 고즈넉함과 극명한 대비를 이뤄 묘한 감흥을 불러 일으킵니다.

지난 번 어린 조카와 교보문고엘 갔다오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조카가 그러더군요.

고모, 사람떼야...

사람떼?

물고기떼나 새떼라고 하잖아요.

그치만 사람한테는 썩 좋은 표현은 아니란다...

아하!!!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서 순진한 '나'의 대사에 그런 말이 있기는 하다. 혼자 일하냐고 묻는 점순이에게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나...' 그 대사는 상당히 절묘하게 해학적이었는데,  어린 조카의 단순한 사실 진술에서 '떼'라는 말은 상당히 생경하다-

 

어쨌든 사람 떼-??- 속의 고독은 오늘 날 고도화된 기계문명적이고 집단적인 도시 생활의 중요한 특징이지요.

 

오늘은  모처럼 해가 났군요. 푸욱 젖은 듯 눅눅한 집안을 홀딱 뒤집어 햇빛에 내어 말렸으면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문이란 문은 죄 열어놓고 조금은 파삭거리는 공기로 환기시키는 중입니다.

 

친구 집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받아야할 택배가 두 개나 있고 고장난 전화 수리도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남쪽 지방엔 비가 내리는 모양인데 현상만으로 파악하는 풍경은 챙!! 햇빛 반짝이는 날입니다.  

조만간 장마는 끝이 나겠지요. 자연의 섭리라는 것은 묵묵히 제 발길로 걸어갑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인지라 어떤 일이든 지나가고 다가오고 또 나타나고 사라질 것입니다. 그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기쁨이든 슬픔이든 말이지요.

떠밀려가고 휘둘리는 삶의 길목에서 이젠 비켜나 느릿느릿 의지대로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