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둥빈둥...
시험준비로 돌입하기 전....
마지막-??- 쉬는 날이다. 아침부터 혼자 산엘 가기로 결심해 놓고 빈둥대고 있다.
친구한테 얻어온 다이소표 플라스틱 소쿠리에 퀼트천 정리하다가 발목이 잡혀 이러고 있다. 날씨는 환장하게 좋다.-물론 나가면 불볕으로 뜨겁겠지만 축축하고 더운 것보다 백 배는 낫다. 이런 날은 그늘에 있거나 집안에 있으면 무자게 시원한 파삭파삭한 날씨다.- 정리하다 보니 이것저것 만들다 만 것들이 꽤 눈에 띄이는데다 어째서 시험기간만 되믄 뭔가 만들고 싶어지는가 모르겠다.
쉬는 날은 이 귀한 시간을 뭘 해야 잘 놀았다고 소문이 날까를 재다가 어영부영 가버리기 일쑤고 수업 많은 날 잠깐 틈 타 바느질이나 책읽기 따위를 하는 건 뭐란 말인가.
쨌든 한동안 몸이 무거워졌는데 다시 근 수가 줄기 시작했다. 열심히 양재천도 가고 미친듯이 마시던 커피도 줄이고 제법 바지런하게 움직이면서 어딘가 몸이 제 궤도에 들어선 것 듯...
손빨래에 재미가 붙어서리 조물조물 보드라운 손으로-나는 적어도 손결은 공주다. ㅋㅋㅋ- 비벼 물에 담갔다가 탁탁 털어 넌다. 날씨 좋아서 밖에다 잠깐 널어서 말리면 빠닥빠닥 느낌이 좋다. 수건도 폭폭 삶고, 면빤스도 삶아 빨아 넌다.
한참 전에는 이틀에 한번씩 면빤쓰 두 개랑 런닝셔츠 한 개랑 수건 한장을 늘 삶아 빨았었다. 세탁기도 없었으니까 당연히 손빨래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어쩌다 속옷과 수건은 반드시 삶아야 한다는 훈련을 받아서리 그만 살림나면서-??- 제일 먼저 준비했던게 빨래 삶는 냄비였다. 하하.
여하간 나중에 살림이 펴서-??- 세탁기를 샀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아니라 정말 오랬동안 속옷과 수건은 손빨래를 했었고 또 좋은 셔츠나 이런 건 세탁기 넣고 뱅뱅 돌리기 꺼려져서 손빨래를 하다보니 세탁기란 건 가끔 청바지나 집에서 입는 옷만 돌리는 기계가 됐었다.
그러다가 점점 하는일도 없는 주제에 이것저것 다아 집어넣고 돌리는데 재미가 붙어서리 당최 손이 게을러지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확실히 옷이나 수건 이런건 손빨래 할 때보다 열 배 쯤 빨리 낡아 지는 것도 사실이다.
손빨래할 때 수건이란 건 당최 떨어지거나 낡기는 하는 물건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어개만 갖고도 몇년 씩 썼었는데 말이다. 나 좋아하는 피케 폴로셔츠같은 것도 낡아 후둘거리는데 한 시즌이면 충분하다.
늘 그렇지만 새로운 편리함에 대한 댓가는 어떤 것이든 분명하고 확실하게 존재한다.
살랑살랑.... 바람이 부는 한낮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