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
병원 안 가고 열 오를 때마다 해열제만 한 알씩 먹고 버티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드디어 귀가 아프기 시작이다. 기침약은 먹어도 쉽게 안 가라앉으니까 그렇고 열은 어치피 힘들 때 잠깐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귓병은 좀 심각하다. 옛말에 치통은 반 미치고 귀 아픈 건 왼 미친다고 했는데 일단 좀 참아보다가 이비인후과를 가 봐야겠다. 감기는 감기일 뿐이라고.. 어차피 바이러스의 생이란 것이 그리 길지 않으니까 그것도 자연의 섭리에 맡기자...는 게 내 생각이다. 어디 특별히 약한 데 없고 후천성면역 결핍증 따위가 걸렸을 리도 없고, 때가 되면 나으려니 한다. 내 성향도 그렇고 내가 받은 복-??-도 그렇고 하나님이 보우하사 건강하게 자알 살다 죽으리란 예감은 있다. 그래서 건강에 유달리 동동거리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없이 살진 않으니까 앞으로 지나친 음주나 흡연 마약 이런 거 안 하면 크게 나빠지진 않을 것이다. 하하.
사실 이만큼까지 특별히 아픈 데 없이 감기 따위나 걸리고 가끔 삐끗해서 발목이 붓거나 하는 거 외엔 병원 갈 일 없다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손금 볼 줄 아는 나... 지금 현상만 얘기하자면 정신과 심상과 물리적인 몸까지 대따 건강하다.
얼마 전 아이들한테 우리나라 무연탄 산업이 쇠퇴한 이유를 설명하다가 연탄 가스 이야기가 나왔다.
나 어릴 때 꽉 막힌 지하실에서 두어 시간 팥죽 쒀서 가파른 계단 여남으개 올라와 부엌에다 팥죽 담긴 솥 내려 놓고 그 자리에서 쓰러진 적 있다는 얘길 해 줬다.
그 때 펄펄 끓는 솥단지 들고 계단 오르다가 넘어졌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보면 참으로 아찔하다. 하여 분명 나는 누군가로부 지극한 보호를 받고 있는 게 분명하다. 가끔 듣는 얘기가 누군가 나를 위해 열심히 빌고 있는 조상이 있다는데 맞는 얘기인듯...
그리고는 덧 붙인다.
물론, 내가 그 때 그 일산화탄소만 안 마셨어도 이 지경이 되어서 니들 같은 돌 깨는 석수장이 노릇은 안 하겠지만 말이다. 킬킬킬.
에이... 또 자뻑...
너 연탄가스 마셔 된 석수장이한테 맞아서 죽었다는 얘기 들어볼래?
우헤헤 갤갤갤...
오늘 하루는 다아 비워놓고 쉬는 날... 그리고는 내일부터 죽음의 레이스다.
틈틈이 두번 째 배겟잇을 만들고 있다. 지난 번 것이 색동 분위기라서 이번엔 화사한 꽃무늬에 레이스 배색을 했다. 원래는 나인패치라고 삼센치 짜리 아홉 조각씩 잇고 지그재그 되어야 하는데 베개임을 감안해서 약식으로 포패치를 했다. 흠... 나와 봐야겠지만 세련된 맛은 없지만 화사하긴 할 거라는 생각...
엊그제 도착한 책들...
지금 입고 싶은 옷 만들기 어쩌구 하는 소잉 북, 사이토 요코의 도프퀼트 레슨, 그리고 퀼트 재팬...
책은 안, 읽, 고, 기능서만 보, 고, 있다.
새로 주문한 빈티지 천과 린넨 원단.. 많아 보이는데 겨우 8분의 1마짜리다.
참 구여운 무늬....
그리고 새롭게 필 꽂힌 Dress it up 장식 단추들... 들여다보면 참으로 귀엽다. ^^
지난 주 금요일 비가 주룩주룩 오는데 베낭 메고 청계산에 갔었다. 산에는 안 올라가고 구운 치킨 한마리 사들고 가서 쉼터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왔다. 비는 후둑거리며 쉬지 않고 내렸고 숲은 잔뜩 물기를 머금고 젖어 있었다. 사람들은 지나가지 않아서 고즈넉하기 짝이 없었는데 한참 앉아 있어서 점점 으슬으슬 해지긴 했지만 나름 분위기는 최고...
비에 젖은 저녁 나절의 숲...
괜히 다섯 시 반부터 일어나 어슬렁어슬렁... 친구가 오기로 해서리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