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봄, 그리고...
수요일... 비온 다음 날 갔던 청계산...
잎들은 훨씬 자랐고, 일차로 폈던 벚꽃이나 매화나 진달래는 끝자락을 보이고 있었고, 이차로 산복숭아 꽃이랑 싸리꽃 따위가 잔뜩 피었다.
자연이 고마운 것은 그렇게 다른 풍경들을 댓가없이 보여준다는 것...
복사꽃을 보면 늘 요살스럽다... 라는 생각이 든다. 교태 가득하고 피붓결 곱고 절절하게 서툰 사랑에 목메는 이제 막 기적-妓籍-에 오른 초보 기생의 자태같다고나 할까? 품위 있지는 않지만 절절하게 삶의 여린 구석을 배회하는 삶에서 오는 애상감...
그러나 복사꽃이여!!
고백하자면 존경하거나 감동받지는 않지만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자태로다.
사랑의 속성이 주는 여린 감성과 철없음과 미숙함 속에서 그래도 수줍게 관능적인 이중적 이미지...
멀리서 보면 지극히 몰개성적이다.
하나하나가 아닌 저러한 군집적 이미지는 뭉뚱그려져 개체가 갖는 속성을 해친다.
하여 때로 어떤 사회적 관습에의 편입은 개체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훼손한다.
말하자면 결혼 같은것...
하하하.
이 꽃은 아주 어릴 적 이웃집 울타리에 피어 있었다. 그래서 이 꽃을 보면 내 아홉 살... 그 무렵 내 유년의 울타리를 서성이는 감회를 느끼게 한다... 이름은?? 모른다. 언젠가 들은 기억이 있지만 마흔 무렵에 영혼의 무게를 싣지 않은 지식은 너무 가벼워 머물러 있지 못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름을 모른다 하여 내 유년의 울타리가 제거되진 않을 터...
싸리꽃...
어릴 때 진달래와 늘 함께였었다. 저걸 꺾어 주둥이 작은 빈병에 꽂던 선명한 기억!!!!
생각에 잠겨 있는...
블레이드 러너에서 빗속에서 죽어가는 리플리컨트, 로이의 자태가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푸른 하늘이 보이진 않지만 시계가 확 넓어졌다. 정말 모처럼 매봉을 밟아서 기념으로....
심하진 않았지만 며칠을 앓았다. 할 거 다하면서 얕은 피로와 편치 않은 이비인후 상태에 시달리면서 몸보신을 한다고 꿇였던 문어죽, 전복죽... 그리고 문어찌개...
맛있던걸 보니 아픈게 아닌개벼~~
초보자처럼 저런 단순한 필통이나 만들고 있다. 천 사면서 한참 전에 받은 서비스 천으로 만든 분홍 땡땡이 필통... 결코 초보자일 수 없는 지퍼 다는 솜씨... ㅋㅋㅋㅋ
드디어 알라들 시험 기간이 다가오고 한 두어주 쯤 일상의 풍경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한동안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었나보다. 여길 들어와도 전혀 아무런 감흥이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이고 해야할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만 하고 있다.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