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쉽게 피로가 축적되는 것은 노화의 징후다.

오애도 2009. 3. 13. 06:05

점심으로 맛있는 스테이크를 대접 받고 서점으로 퀼트가게로 걸어서 돌아돌아-강남역에서 역삼역으로- 집으로 왔더니 얼랄라!!! 문이 안 열린다. 번호키 개폐기인데 나갈 때까지도 촤악!!! 경쾌한 소리로 자동으로 문이 닫혔었는데 아무리 애써도 요지 부동이다. 시작버튼 누르면 삑!! 하고 불이 들어와야 하는데 전혀 반응이 없다. 쉽게,  배터리가 나갔나... 싶었지만 그러기에 이건 너무 급작스럽다. 

 자동으로 철컥!!! 하는 속도가 늦는다든가 하는 나름의 방전되기 전의 징조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의심되는 것은 그것밖에 없는터라 일단은 좁 기다려봤다. 뭐 대단한 전력량이 필요한 것이 아닐테니까 그냥 잠깐 전류량 모아지면 된다고 생각하고 잠깐 어슬렁거리다 다시 해봐도 역시 묵묵부답... 이번엔 멀리 은행엘 갔다와도 역시 그대로... 열쇠집이 골목 입구에 있는데도 그냥 지나쳤는데 할 수 없이 문에 붙어 있는 전화번호로 전활 했다.

 기계에 따라 다릅니다... 하길레. 제품 이름을 댔더니 아 그거요~~ 하고 되묻는데 짧은 순간 그 사람의 계산하는 상황이 눈에 보였다.

 4만원입니다....

헐!!!

아무래도 이건 심하다. 문따는 일이 안하면 안되는 나름의 위기상황이긴 하지만 감으로 그건 벌써 바가지였다. 할 수 없이 다시 혹시 문 열릴까 하고 그냥 지나쳐온 골목입구까지 무거운 발 질질 끌고 가서 사정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문방구에 가서 뭐 이런 충전기 사다가... 하길레 혹시 몰라 개폐기 종류 얘기해 줬더니 그건 가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출장비는 2만원... 허허

 결국 문은 못땄다. 예감대로 배터리 방전이 아니고 고장이었다. 하여 몽땅 뜯어내고 새로 달았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 기계라는 건 저혼자 있다가 조금씩 조금씩 마모되고 망가지는 것이 틀림없다. 안 그러면 우째 다섯 시간 전에는 아무 일 없던 것이 그렇게 스스로 고장이 나는가 말이다. 열쇠아저씨 말마따나 기계니까 고장이 나는 것이지요... 다.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

굽높은 신발 신고 몇시간을 왔다리 갔다리 한데다, 전날 산에 갔다왔는데 생각보다 힘이 들었는지 입안은 부어올랐고 부스럼-??-난 입끝은 나을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게다가 며칠 째 별 할 일도 없는 주제에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났는데, 어제도 세 시 넘어 자고 깨보니 일곱시도 안됐었다. 

원래 얕은 피로감이나 이런 건 별로 못느끼는 인간이고 그저 입안에 문제가 생기면 피곤한 모양이군... 정도였는데 어제는그야말로 축적된 피로가 제대로 발현한 날이었다.

 문 다 고치고 곰국에 밥 한 술 말아먹고 책상 앞에 잠깐 앉았는데 몸이 자꾸 밑으로 가라앉길레 그냥 옷 입은 채로 침대로 실실 가서 누웠다.  몸 속의 피가 바닥쪽으로 몰리는 기분이 들었다. 잠이 들었는데 온몸이,  피곤해~~~   제대로 돌아가게 하려면 힘 좀 써야겠는 걸.... 어쩌구 하면서 지네들끼리 으쌰으쌰 원상복구 시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다 늦게-라고 생각하고 시곌 보니까 열 시가 안됐었다- 친구한테 전화가 와서리, 잠결에 잠에 취한 목소리로 전화 받는 일 평생에 거의 전무한 상태라고 자부하는데 어제는 내가 들어도 잠에 취한 채 잠에 빠진 목소리로  받았다. 무쟈게 피곤하고 졸리네... 어쩌고 하고는 끊은 것 같다.  그리고는 죽은 듯이 내쳐 잤다. 양치질도 안하고 세수도 안하고 옷도 집에서 입는 두꺼운 츄리닝 그대로 입은 채로 온 집안의 불이란 불은 다아 켜놓고 방문도 안 닫고 말이다.

 침대에 누운 게 여덟시 쯤이었는데 깨 보니 세 시 팔분이었다. 그제서야 일어나 양치질을 하고 어항의 불을 끄고 집안의 불을 끄고  다시 들어가 누웠다가 그냥 일어나고 말았다. 하여 세시 십분부터 -신문 던지는 소리가 났다- 일어나 설거지를 하고 방 정리를 하고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지금까지 탱자거리고 있다. 몸은 완전히 원상복구... 그래도 일곱시 쯤 다시 누워봐야겠다. ㅋㅋ.

몸도 당연히 소모성 있는 물리적 존재니까 분명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여기 저기 닳아지고 낡아가는 게 당연한 일이다.

어제 하루 편치 않은 신발 신고 힘들게 걸은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내가 그렇게 쓰러져 잘 만큼 물리적으로 피곤하게 사는가... 하는 것에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하여 이건 분명 생체리듬을 조정하는 체계에 노화와 마모가 두드러지게 온 것이 분명하다.

어쨌든 머리칼은 분명 훨씬 가늘어졌고, 눈은 좀 더 침침해졋는데 -근데 이건은 노안이라기 보다는 그저 시력 저하인 듯... 가까운 게 안 보이는 게 아니라 멀리 있는 것이 제법 흔들린다.- 얼마 전에는 하얗게 센 머리칼 한 올을 공부하다가 아이가 뽑아주는 일도 있었다.

흠.... 이건 머리칼 없어서 흰머리가 안 나는 것이라고 믿으니까 뭐 흰머리 한 올 뽑은 거 같고 호들갑 떨며 젊은 체 하려는 것이 아니다. 머리칼도 없는데 흰머리까지??

 

좋지 않은 것은 알지만 커피나 한 잔 더 마셔야지... 그래도 이렇게 텅빈 집안의 새벽 고즈넉함이 좋다.

하긴 언제는 고즈넉하지 않았던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