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듣는다
모처럼 날씨가 좋았던 어제...
청계산에 올랐다.
바람은 제법 차가왔지만 햇빛은 말할 수 없이 맑고 투명했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아랗던 하늘.
한참전에 부석사에 갔을 때 절집 위로 보이던 겨울 하늘이 유달리 푸르러서 그 동네 하늘이 더 푸른개벼~~ 공기가 맑아서 그런가... 아니믄 부처님 모시고 있는 신성한 곳이라 그런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다른 어떤 것보다다도 나는 부석사의 그 파랗던 하늘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걸을 때는 땅을 보고 걷는 습관이 있고 -그래서 나는 돈줍기를 제법 잘한다.^^;;- 문득 서서 하늘 올려다보는 오래 된 습관도 있다.
살아가면서 낮은 곳에 눈 돌리며 살고, 머물러 있을 때는 높은 곳을 지향하며 사는 증거라고 되도 않게 우긴다. 물론 혼자서...
그렇게 나는 내가 나를 보면서 '나'를 친구 삼는다. 누구보다 가깝고, 누구보다 편안하고, 누구보다 사랑하는 친구... 그리고 그렇게 '나'를 향해 새새 속삭이거나 미안하다고 사과하거나 빙그레 웃어주거나 때로 힘차게 악수한다.
자아 친구!!!!! 내가 '나'라서 고마우이...
갈수록 그대가 좋아지는 걸.
저렇게 벗은 나무들의 모습은 한 점 욕심없다는 것의 내면의 은유다.
가장 추운 계절을 맨몸으로 견디는 나무들은 그렇게 다시 내면에 생명의 물을 끌어내 풍성한 계절을 준비하는 중이리라.
귀 열고 들어보면 저 나무껍질 속으로 흐르는 생명의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마른 바람과 건조한 햇빛 아래서 그렇게 내면의 물기를 모아 어린 잎들을 피워내기 위해 애쓰는 침묵의 소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