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네...
어제부터 잠깐씩 손대서 연습삼아 만들고 있는 파우치... -조만간 친구들한테 하나씩 만들어주기로 했는데 당최 크기 가늠이 안된다. 저건 너무 크다. 여행갈 때 빤쓰 넣어가면 알맞을듯... ^^;;
수를 놓으려고 보니까 저기에 맞는 수실이 없다... 이런, 된장...
그래서 보험회사에서 서비스로 준 조잡한 플래스틱 반짓고리를 뒤져보니 마침 저런 바느질 실이 있길레 네겹으로 수를 놓았다. 색만 맞으면 된다. ㅋㅋ.
그리고는 핑곗김에 주섬주섬 챙겨입고 동대문 시장엘 갔다.
집 안에선 몰랐는데 나가보니 꽤 춥네. 그래도 난 추운 게 아직은 더 낫다. 추우면 옷 껴입으믄 되는데 더우면 당최 벗고 다닐 수는 없잖은가 말이다.
모처럼 기분 상쾌할 만큼 챙!!!한 날씨... 그러면 머리는 차가워져서 느슨해진 일상에 눈 똑바로 뜨고 진지하게 달려들어 후닥닥 살아낼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여 다아 늦게 나가 사온 것들...
수실 시리즈... 집에 있는 발다니 수실하고 맞추면 제법 구색이... 그런데 수는 언제 놓는단 말이냐~~
그리고 비즈.. 한봉다리 이천원이다. 질좋은 스웨터 짜서 색깔맞춰 화려하게 달면 명품 될 거 같은데 저건 또 언제 한단 말인가... 죽기 전에 다 쓰기는 할까?
그리고 동전 지갑 프레임.... 집엣것에서 색깔 빠진 지퍼 몇 개...
푸른색 리크랙을 샀어야 했는데 아뿔싸!!!
저걸 핸드백에 넣은 채 거리를 어슬렁거리다 분식집에 들어가 뜨끈한 칼국수만두를 시켜 후후거리며 먹고 돌아왔다.
난 분명 무지하게 내향적인 인간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째 혼자 다니는 게 그리도 즐겁단 말인가!!!
얼마전 주문해 받은 책들... 바느질과 퀼트와 자수와... 흠...
빨간머리 앤 탄생 백주년 기념 패브릭... 이쁘다. 글고 비싸다...
점점 쌓여가는 책들...
저게 나중에 재산이 되려나.... ㅋ
그래도 내 열정의 증거다. 돈이나 미모나 명예나 그런것 없다고 불행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또 그런걸 부러워해 본 적도 없지만 열정 없는 사람은 솔직히 별로다.
무엇에건 한 가지 쯤에 눈이 빛나지 않는 사람은 종국에는 삶이 무료해질 게 뻔하거든...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해서 중학교에 입학하는 지금까지 나에게 배우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가, 몇 달 전 논술 시간에 셜록홈즈 책을 읽혔는데 그만 탐정소설에 필이 꽂힌 모양이다. -허긴 그 전에는 15소년 표류기랑, 로빈슨 크루소랑 읽고 모험 이야기에 필이 꽂히기도 했다. 그렇게 독서는 때로 지도와 편달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가사 크리스티 전집을 읽으라고 권했는데 아이 엄마는 거기에 지나치게 빠질까봐 안 사주고 애는 어찌나 눈을 빛내던지, 결국 입학 선물로 내가 주문해 줬다.
책은 어떤 종류든 열정을 갖고 읽는 것은 고무적인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어쨌건 길에서 만난 선생인 나를 5년 넘게 믿어주고 흔들림 없이 아일 맡겨줬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그것도 초등학생을 그렇게 묵묵히 맡겨준다는 것은 분명 아이 엄마의 진중함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어쨌거나 아이가 가지러 오기 전에 대표작인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모처럼 푸욱 빠져서 순식간에 읽어치웠는데 앞으로 종종 빌려봐야겠다. ㅋㅋ.
요즘 보일러 트는 대신 우아하게-??- 두르고 있는 파시미나 숄... 춥지 않은 집이라 신발 따뜻한 거 신고 저거 두르고 책상 앞에 있으면 몸이 따땃해진다. 외출할 일 없으니까 겨울 동안 한 번도 안 두르고 지나가기를 몇 번... 드디어 제 역할을 한다.
지난 설날에 올라올 때 울엄니는 고구마 세 개를 넣어 주셨다.
흔히 가을에 캔 고구마는 후숙-??-이 되는 터라 겨울쯤에는 제법 물고구마가 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저건 전혀 그런 변화가 없었다. 아니 색깔은 좀 노르스름해졌다.
군고구마 냄비에 구워서, 껍질을 벗겼는데 그림처럼 맛있어 보였다.
우유와 먹으면 완벽하게 궁합이 맞는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그리고 섬유질...
물론 그 상호작용은 뭐... ㅋㅋ
내일은 산에 가기로 한 약속은 추워서 취소하고 밀린 수업 보충 잔뜩 있는 날이다.
어쨌든 주머니나 다아 만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