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어어? 하다보면 쑥쑥 지나가는 날들입니다. 시간은 분명 한 속도로 달려가는 것에 아닐겝니다.
어떻게 물리학이 설명하고 있다고 해도 분명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속성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요즘 들어 눈으로 볼 수 있거나 설명 가능한 자연 과학의 이론에 심히 의심을 품고 있는 중입니다. ^^;;
하여 내 가치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 실실 흔들려 무엇 하나 절대적인 것이 없다!!는 쪽으로 시각이 바뀌고 있습니다. 육체가 물리적인 것이라면 대체 정신이나 영혼이란 것은 어떤 위치에 놓아야 하는 것일까요?
각설하고...
어제는 초딩 시험준비까지 해 주고 나니 한 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원래 수업없는 날이었는데 말입니다.
반면에 그제는 원래 두어 탕의 수업 있는 날에다 보충까지 잡아서 적어도 네 타임 정도의 수업을 잡아 놨건만 이상하게 죄~~ 캔슬되고 덜렁 낮 수업 하나만 하고 말았습니다.
대신에 오전 내에~ 학생 엄니가 찾아 와서리 이바구~. 오후에도 다른 엄니와 이바구~ 저녁엔 친구랑 돼지 껍데기집에서 소주 두 잔... 뭐 이런 널럴한 날이 되고 말았지요. 흠... 그렇게 늘 몰려가고 몰려오는 일상이라니...
울엄니 보낸 택배가 왔습니다.
어찌나 잔뜩 넣으셨는지 옮기기도 힘들었지요. 마침 김치도 다아 떨어졌는데 총각김치랑 나 좋아하는 물김치, 배추김치, 깻잎, 삭힌 고추, 서리태 콩, 청국장, 검은 콩가루, 비지장... 그리고 무 한개... 한동안 안 먹어도 배부를 것입니다. 안그래도 무국을 끓이려고 무 사러 갔다가 못사고 왔는데 이런... 하여 밤늦게 쇠고기 끓여 놓은 거랑 학생 엄니가 보내신 곰국이랑 섞어 무 맑은 장국 끓여 한 대접 먹었습니다.
부모한데 자식은 저렇게 앞모습으로 받고 늘 뒷모습만 보이는 존재인지 모릅니다.
자식이란 건 결혼해 자식 낳으면, 내 새끼 뒷모습 좇느라 내 부모한테는 인심 쓰듯 고개 한 번 돌려 가끔 돌아볼 뿐입니다.
그리고 뒷모습 좇을 자식 없는 나도 그렇게 인심 쓰듯 돌아보는 별 수 없는 인간일 뿐이지요. 그렇게 돌아보면 쓸쓸함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렇게 그들은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친구 만나 소주 한 잔 하고 돌아오는데 골목에서 저런 양말을 팔고 있었습니다.
두꺼운 덧버선은 두 켤레 삼천원, 얇은 덧버선은 두 켤레 천원...
어릴 때 울엄니 입던 몸뻬바지 무늬를 빼다 박은 것인데 이상하게 나는 저런게 정이 갑니다.
요즘 빈티지풍이라고 새것 사다가 박박 사포로 문지르고, 허여멀건한 페인트 칠해 낡고 오래된 느낌을 내고 있는데 저건 그런 가증스런 포장 없이 단번에 삼십년을 뛰어넘어 그 시절로 데려다 줍니다. -유행은 늘 그렇지만 스스로 선도하는 게 아니고 따라댕기게 되면 경망해진다... -
아침에 일어나 썰렁한 바닥에 보일러 돌리는 대신 신으면 좋습니다. 저거 신고 있으면 알라들이 그럽니다. 선생님 귀여우세요~~
새로 필 꽂힌 레이스 천... 저건 아주 얇고 고운 퀼트용 레이스 패브릭입니다. 눈처럼 흰 색이 있고, 광목천 느낌이 나는 것에다 자세히 보면 무늬도 여러가지입니다. 다른 퀼트 천에 비해 두 배 쯤 비싸지요. 마침 한 사이트에서 세일을 하길레 제법 많이 샀습니다. 아무데서나 막 살 수 있는 천도 물론 아닙니다.
저걸로, 오래 전에 사서 이젠 종잇장처럼 낡아 후둑거리며 찢어지는 잠옷 해체해 본을 만들어 잠옷을 만들어 볼까 생각 중입니다. 수십만원 하는 샬랄라 레이스 잠옷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절제, 세련, 노블함까지 풍기는 잠옷이 되지 않을까...-^^;;- 생각은 했는데 허여 멀건한 잠옷 입고 한밤에 거울에라도 비친 모습 보면 수의 입은 거 같아 보이지 않을까 해서 으스스 프스스... 하하.
흠... 너무 이쁘고 고와서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천입니다. 만약 아무것도 못 만들고 끌어안고 있게 되면
한참 지나 혹 돈 많이 벌어 내 집 내 스타일로 짓게 되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심플 럭셔리 세련된 침실용 커튼이라도 만들 생각입니다. 거실용 커튼은 햇빛 너무 많이 들어 금방 삭아 없어질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하하.
이야~~~ 이쁘!!!
제발 레이스 천이 유행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미친 모기... 오늘 아침 탁!!!! 잡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