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우중충한 날에...

오애도 2008. 11. 25. 11:21

비가 오시려나 봅니다.

주말이 지나고 나면 월요일은 노는 날이고, 그래서 꼭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주말의 시작처럼 느껴지지요.

사람이라는 건 누구나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놀믄 그날이 휴일이고, 내가 일하믄 그 날이 빡신 근무일이 되는 것이지요. 어차피 한 번도 정상적으로-?? 살지 않았으니까 뭐 이렇게 사는 것도 나름 재밌습니다. 흠... 늘 긍정적인 인간!!

 

학년이 올라가 중학생은 고등학생이 되고, 초등학생은 중학생이 되는 시점입니다. 이렇게 뻔한 이야기가 왜 새삼스러우냐 하면-???- 학교가 올라가면 학원비-?? 내가 학원인가???-가 올라갑니다. 하여 학년 올라가는 알라들 학모들에게 과외비가 올랐습니다~~ 하고 말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이지요.

벌써 두 달전부터 고민인데, 과외비가 두 배입니다... 라고 말하기가 그렇다는 것이지요. 물론 두 배가 된 것은 워낙 그 이전에 저렴해서리 두 배가 곧 일반적인 비용과 같아진다는...

그러니까 사 오년 전에 책정해서 받았던 것이 그냥그냥 그렇게 된 것입니다. 중간에 진짜 학년이 올라갈 때 학년 올라갔으니까 좀 올랐습니다~~ 하고 프로페셔널하게 말하믄 되는데 이상하게 나란 인간은 그 '돈'얘기를 하려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등어리가 간질거리는 증상이 생깁니다. 요즘은 제법 뻔뻔해져서 회비-??-가 보름 쯤 늦어지면 교육비 보내주십셔~~ 하고 문자 메세지로 온라인 번호랑 찍어서 꾸욱!! 눌러 보냅니다. 그리고는 사실 들어왔나~~ 하고 입금확인 하는 것도 망설여져 괜히 뭉그적거리지요.

 

물론 나도 '돈'이 좋습니다. 많이 받는 것도 그래서 왕창 떼돈 버는 거 싫을리 없지요.

오늘 날같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정당하게 일한만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바로 일한만큼의 기준에 나는 늘 사기쳐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아마 육체노동의 고됨에 더 가치를 두고 있거나 아니면 그것에 대해 어느 정도 경외심을 갖고 있어서인지 모릅니다.

내가 받는 과외비라는 것을 계산해 보면 예전에 내 어머니가 열 두 시간 노동해서 받는 돈의 열 다섯 배 쯤 혹은 더 많을 지도 모릅니다.

하여 그 상대적 계산법으로 나는 뭔가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정말 같은 일 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어딘가 질질 끌려가 너 혼자 잘난 척에 고상한 척 하느냐는 비난과 함께 총살을 당할지도 모르는 가당찮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여하간... 이 동네는 전국에서 과외비 비싸고 강남에 못 태어나서 불행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는 정말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부모, 사교육 선생, 자본으로 자행되는 집단 광기가 혜택이라고 믿어지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비싸게 안 받으면 싼 게 비지떡이라는 평가가 두려워 진짜 비지떡인데 아닌 척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진짜 찹쌀떡인데 좌판에 늘어놓고 파는 바람에 비지떡 이하의 취급을 받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것은 맛있는 찹살떡인데 가격까지 저렴해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 먹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하여 정말 배고픈 사람에게 요기가 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진짜 떡의 의미에 충실한 것일 겝니다.

 

나도 사람이니까,  그래~ 값이 싸서 좋군... 하고 다닌다면 뭔가 내가 싸구려 취급을 받는 거 기분이 들어 기분이 나쁠 것이고, 그렇다고 비싸게 받으면 -어쨌든 과외비는 비싸다- 이거 받을 만큼 내가 해 주는 게 있나~ 하는 생각때문에 찝찝하고-그건 육체노동의 논법으로 계산하기 때문-.. 참 어렵습니다.

 이건 사실 사회주의 식 계산법인 거 압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 한없이 감사해 하면서 사는데-??!!!- 계산은 사회주의적이라니... ㅋㅋ.

 그러면서 자본주의 사회에 불만 가득해서 가진 자의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뺏어서 노나 가지자~~ 하면서 내 것 덜어서 나보다 못 사는 사람들한테 노나주자~ 하는 생각은 절대 안하거나 못하는 사람들의 딜레마 쯤은 그냥 애교로 봐 줄 정도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

또 경우에 따라 지나치게 저렴하믄 뭐야... 너무 싼게 이상해~~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바로 물건을 모르면 가격을 보고 사라 라는 옛말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여하간 지금 고민은 물가 많이 오르고 경제도 어려운데 여기서 과외비 올리는 것이 민망하고 죄스럽다고 느끼는 양심-??-을 따를 것이냐... 물가가 올랐고, 대학과 고등학교 학비가 다른 이유를 들어 모든 가치가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자본주의적 사고에 입각해 정당한 댓가를 받는게 옳은 것이냐~ 하는 하는 것입니다. 흠....

명분과 실리는 이렇게 늘 괴리적이지요. 물론 나란 인간은 명분을 더 중시하는 축에 들지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 사정이 좀 어려워져서요... 한동안 쉬겠습니다... 하는 엄마들도 있습니다. 솔직한 내 심정은 사실 사정 좋아질 때까지 그냥 다니게 하세요~~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입니다.

가르치는 일이라는 게 황금뇌를 가진 사람이 자기 뇌를 조금씩 떼어주다가 죽게 되는 것처럼 내가 가진 게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 말입니다.

 나 옛날에 어려워서 배우는 일에 좌절 겪은 사람으로써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돈'으로 보이면 그건 불행의 시작이겠지요.

그리고 정말, 가르치는 아이들 다아 이뻐서 별로 노동같지도 않다는... 컥!!!!!!!!!

그러나 또 옛말에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공짜로 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도 있는 걸로 아는데 그게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돼 버린 것은 분명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이기심 때문일 것입니다.

나 하나 쯤... 혹은 나만... 의 이기심.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