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첫눈 오던 날!!

오애도 2008. 11. 21. 01:01

아침에 일어나 한 개씩 먹는 사과...

동네 구멍가게에서 사온 사과에 생각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꿀박혀-??- 있을 때가 있습니다.

이번에 사온 사과 열 알이 저렇게 죄 맛있는 사과였는데 그럴 때면 당장 달려가 아예 한 박스를 사올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부엌불을 켜고 밤새 조용했을 집안 공기를 가르며 냉장고에서 꺼낸 사과가 저런 모습일 때 시일 행복해집니다.

그렇지요...

행복이나 기쁨은 결코 큰 것에서 오는 게 아닐 것입니다. 반을 가른 사과모습에서도 충분히 건져낼 수 있는 것... 욕심만 버린다면 말입니다.

 

 

 

 

 

 

 

 

청주서 올라오는 친구를 위해 아침 나절 부랴부랴 만들었습니다.

지난 번에 딸래미 위한 필통과 친구를 위한 파우치를 약속했었는데 파우치 만들기엔 시간이 부족해서 패치할 필요 없는 천 골라 작은 동전지갑 하나 만들었습니다.

색깔 화려하지만 경망스럽거나 도발적이지 않아서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여러가지 다른 얼굴이 될 거 같아서 오래전에 문득 주문했던 천입니다.

 다른 디테일 다아 배제하고 퀼팅만 했습니다. 그리고는 바느질 상자 뒤져 비즈를 찾아내 천에 찍혀 있는 별 색깔 맞춰 달아줬더니 아주 예쁜 동전 지갑... 사진에는 안 드러나지만 색깔 맞춘 비즈 때문에 실재가 훨씬 예쁘다는... ^^;;

가만히 천으로 있을 때와 저렇게 뭔가로 만들어졋을 때의 얼굴이 다르다는 것이 퀼트의 매력이지요.

 

 

 

 

 

얼마전 가르치던 아이가 비즈로 뒤덮인 동전 지갑을 갖고 있다가 지퍼가 고장났다고 나한테 줬었습니다. 온통 작은 구슬로 키티 문양이 찍혀 있었는데 분홍색이 대부분이었고, 장식으로 딸기 모양에 초록색이 몇 개 섞여 있었습니다. 그걸 몇 시간 걸려 튿어내 상자 속에 넣어놨습니다. 그 중에서 초록색을 골라내고 예전에 쓰던 것들에서 다시 색깔 찾아내 열심히 달았다는...

친구가 보더니 이건 편집증 환자나 할 수 있는겨~~ 하하하

 

갑자기 예전에 누군가 만들어줬던 비즈 공예 다 낡아 역시나 못 버리고 있던거 생각 나서 한참 뒤졌는데 얼마전 서랍 정리 하면서 과감히 버렸던 게 어렵풋이 떠올랐습니다.. 이런....

이래서 함부로 버리면 안되는 것입니다.

요즘은 그래서 너무 입어서 낡아빠진 옷도 못 버리고 있습니다. 어느 부분을 잘라서 쓸까... 하구요. 단추도 죄 뜯어 보관합니다. 이러다 다시 잡동사니 천국이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모처럼 옛친구 만나 유쾌하고 즐겁게 놀다 들어왔습니다

맥주집에 앉아 미친듯이 수다 떨고 다시 자리 옮겨 와인 잔을 기울이며 또 미친 듯이 수다...

같은 시절을 공유한 탓에 불쑥 20년 전으로 날아가 구석구석 그 때의 이야기들을 뒤져내 킬킬거렸지요.

마음의 여유가 묻어나는 마흔을 훌쩍 넘어선 여인네 셋이서 강남역을 돌아다니며 괜히 젊은이의 거리 평균연령을 올리는 짓을 하긴 했지만, 이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