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일상의 에필로그...
대청호를 다녀왔다.
대학 때 만난 친구가 청주로 시집을 가서 내가 이방인이 되었고 그녀가 호스트가 되어 나를 데려간 곳이다.
어릴 때 학교 소풍을 산넘고 넘어 갔던 일명 오가리로 불리던 곳이었고, 행정구역상으로는 하석리였으며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던 친구들은 새벽 다섯 시 쯤 집을 나와 산 몇 개를 넘어 통학을 했는데 학교 옆에 살았던 나는 늘 지각을 일삼던 것에 비해 그 아이들은 개근상에 지각 한 번 없었다. 오는 길에 한 아름 진달래나 할미꽃 따위를 꺾어다 교실에 꽂아 놓기도 했었다.
그곳에 대청댐이 건설됐고, 남쪽 청와대라는 청남대가 들어섰다.
지금은 승용차 없는 집이 없으니까 명절 때 여유가 있으면 가족끼리 드라이브 삼아 다녀오기도 했었다. 어릴 때의 기억과 향수만 빼면 사실 내게는 낯선 곳이지만 그래도 고향같다. 비록 지금은 친구가 호스트로써 훨씬 능숙하게 차를 몰아 밥집으로 찻집으로 안내하는 묘한 아이러니가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수면은 비단을 다려놓은 듯했고-교과서에 나온 표현이다- 우리가 거닐던 낯선 길에는 사람 하나 없었다.
이 도심 어디서 그렇게 고즈넉함을 느끼겠는가...
단풍이 들었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약속할 무렵-지난 주 였다-엔 오늘 쯤은 제법 단풍이 들었을 거라 예상했었노라고.. 했지만 사실 그 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돌아보면 가슴 속에 가당찮은 꿈은 가득했지만 한 꺼풀 파보면 한없이 암울했던, 그리고 가난했던 대학시절을 떠 올리며 같은 기억과 같은 추억과 거기서 오는 정서까지도 함께 공유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우린 그 때 그 쓸쓸한 가난을 떠올리며 지금의 풍족함과 여유에 -??- 감사했다.
우리는 그렇게 킬킬거리며 가을날의 아름다움과 인연의 아름다움을 나누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어쩌자고 이 먼 곳-??-으로 시집을 와서 내 고향의 길목에 자리잡아 그 곳을 지날 때면 그녀가 있는 곳으로 자연히 고개 한 번을 빼게 하고 그곳에 색깔과 질감이 다른 공기를 느끼게 하는 것인지... 참으로 신비한 인연의 고리다.
가을 가뭄으로 저수량이 낮아 보였다.
사람 하나 없던 청남대 입구... 승용차는 입장을 못한다고 해서 청남대 안에는 안 들어가고 입구까지 길게 난 길을 걸었다.
저렇게 빈 길을 말이다.
길은 그렇게 언제나 말없이 길게 누워 있으리라. 내가 갔던 안 갔던..
내가 살아 있을 때도 죽어 사라져도 길은 그렇게 남아 있겠지.
소박한 휴게소 옆의 덤불에서 발견한 꽃- 이름은 모른다-
저렇게 혼자 피는 �은 그렇게 존재하는 것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누가 보든 말든... 존재를 자랑삼지 않으면서 그저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세상을 살다 가는 것이다.
오늘 낮에 청계산에서 찍은 것이다. 무더기로 핀 꽃들은 외로워보이진 않지만 존재감이 뚜렷하지 않다.
난... 혼자 피어있는 꽃이겠지...
돌아와서 만들다 만 베개를 다아 만들었다.
60*40 베개속을 넣어야 되는데 그냥 내가 베는 메모리 폼 베개를 넣었는데 어머나!! 딱 맞아 떨어져서 기분이 좋다.
하나를 만들어 봤으니 이제 색깔별, 계별 디자인 별로 만들어 기분 내키는대로 써야지...
별 게 다 행복하다. 하하하.
이건 뒷판이다. 예쁜 핑크색 스트라이프...
다음엔 초록색과 빨강색 배색으로 만들어 봐?? 지퍼다는 법을 잊어버려 한참을 헤매기도 했는데 다음엔 꼼꼼히 다시 익혀야겠다.
퀼트천을 주문해 놓고 기다리는 중이다. 흠....
며칠 째 잠귀신이 들렸나보다. 시험 끝나고 나서는 정말 푸욱 잘 자는데 어제는 갈 때와 올 때 차 안에서 거의 죽은 사람처럼 잠을 잤다. 이럴 수도 있는가... 나는 일곱시간 이상 차를 타도 눈 말똥거리며 안 자는 걸로 유명했는데 요즘엔 머리가 시트에 닿기만 하면 그저 쿠울~ 이다.
드디어 인간으로 진화를 해 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해야만 하는 일들은 이제 없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 듯 하다.
열심히 지치지도 않고 맘마미아 OST를 듣고 있는데 들을수록 기분이 좋다. 종영하기 전에 한 번 더 볼까 생각중이다.
그걸 듣고 있자면 인생이 아주 유쾌해지는 듯 하다. 이야~~ 즐거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