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축축해지는... 영화 <맘마미아>
영화를 좋아했지만 원하는대로 볼 수 없었던 어린시절에도 나는 음악이 주가 되는 영화를 좋아한 적이 없었지요. 진저 로져스나 프레드 아스테어가 나오는 뮤지컬도 그랬고, 셀부르의 우산 같은 것도 그랬습니다. 대사가 노랫가사로 되어 있으면 뭔가 김이 빠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책을 읽을 때 자간과 행간을 읽는 묘미같은 걸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반면에 음악이 주가 되는 영화는 전체적으로 뭉뚱그려져 이성적으로 느껴지는 감동이 아닌 감성적인 마음의 울림이 주가 되는 것이지요. 아마 그 땐 가슴이 아닌 머리를 더 신봉했고, 머리로 가슴을 제압하길 바랬을 것입니다.
종종 그때 끄적였던 일기장을 들여다 보면 이성으로 제압하는 감성이라든가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 어쩌구 하는 문구가 제법 눈에 띄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머리로 가슴을 제압하길 바랬다는 것은 분명 가슴의 울렁거림과 민달팽이의 살갗같은 날 선 감성을 어쩌지 못할만큼 나, 어리고 젊어 그것들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나 이제 중년의 나이에 들어섰는데 이젠 머리보다 가슴이, 이성보다 감성이 훨씬 앞서는 인간이 됐습니다. 가슴으로 바라보고 가슴으로 느끼고 가슴으로 세상을 살아갑니다.
추석 전 날에 본 맘마미아.
모처럼 아니 오랜만에 마음이 축축해지고, 몸이 들썩이고 입이 우물거려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시달림 없이 유쾌하고 따뜻하게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봤습니다.
메릴 스트립이나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같은 무게 있는 배우들이 부르는 아바의 노래들이 입가에 미소를 만들어내고 발을 흔들게 했습니다. 마지막에 피어스브로스넌이 부르는 When All Is Said and Done 을 들으며 내가 나이 먹은 걸 온몸으로 실감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따뜻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인지 누구도 모를 것입니다.
지금의 내가 좋구나!! 무엇 하나 거스를 것 없고, 비틀리고 꼬인 심성없이 많은 것을 바라볼 수 있는게 많아 기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하고 살아도 되는 게 감사해서 눈물이 글썽여지던걸요......
바로 밑의 첨부 파일 클릭하믄 음악 들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블러그로 날아가서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