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우중충...한 날에 먹는 이야기...

오애도 2008. 9. 5. 11:23

 지난 월요일 사온 카레 재료로 카레 라이스를 했다.

여름에 조카들 왔을 때 해준 이래로 일품요리에 재미가 들려서 베이컨 볶음밥이라든가, 오무라이스 같은 걸로 끼니를 때우는데 문제는 카레라이스라는 건 혼자 해서 먹기는 양이 많아서 두 끼쯤 먹고 냉장고에 넣었다가 다시 두 끼 쯤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카레는 미리 해놨다가 먹어야 더 맛있는 음식이긴 하다-

여름엔 작년 가을에 쟁여놨던 자연산 송이를 넣어서 제법 럭셔리했었는데 흠... 울엄니도 맛있게 드셨다.

이번엔 닭가슴살 넣고 생 브러컬리를 넣어 색깔을 맞췄다. 감자도 어른이 먹을 거니까 크음직하게 썰어 넣었다. 세상이 좋아져서 카레분 따로 물에 갤 필요가 없어졌다. 한 이십오년 전 쯤 저런 인스턴트 카레가루가 나오기 전엔 카레분말 파우더를 사다가 버터에 밀가루를 볶고 어쩌고 해가면서 해 먹을 수 밖에 없었던 거에 비하면 이건 누워서 떡먹기다.

저걸 예쁘게 포트메리온 접시에라도 담고 장식용 야채라도 얹어 찍으믄 좋을텐데 난 확실히 칠칠찮은 인간이다.

뭐 그렇긴 해도 속은 별로고 겉만 번드르르 한 것에 비해 겉은 투박하지만 맛은 제법 있었다는...

대충 감으로 물붓고 눈으로만 농도 봐도 간을 맞추는 제법 신의 손-???-이다. 하하.

 

 

 

어제는 거의 일주일만에 산엘 갔었다.

지난 주엔 세번 씩이나 산엘 갔었는데 일주일이나 쉬고 갔는데도 어쩐 일인지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기운은 딸리고 땀은 솟고...

 

결국 먹은 것도 없이 서너시간 산을 타고 갤갤거리며 내려와서는 집에서 쉬어도 몸이 나아지지 않았다. 해열제를 먹어도 열은 안 떨어지고 머리는 아프고...

저녁이 되어서야 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음식 생각만 하믄 구토증세가 올라왔다- 지난 번 피부과에서 처방받아온 약 중에 소화제만 빼내 먹고 다시 까스명수 한 병 먹고 호들갑을 떨었다. 머리 아픈 건 나았는데 열은 여전히 안 떨어져 다시 해열제한 알 먹고 잤다. 

 

여하간 소화제 먹고 두통이 잦아들기에 죽을 쑤었다.

찹쌀을 불리고 선물 받은 전복 중에 -나는 왜이리 먹을 복 많은 인간인지...^^;;-제일 큰 놈 한 마리 꺼내 깨끗이 씻어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물 붓고 끓였다. 하루 종일 먹은 거라고는 산에서 귤 두개랑 아침에 가기 전 김밥 세 개-이게 원흉이었던 듯..-가 전부였고, 종일 물만 마셔댔었다.

하여 밤중에 저걸 끓여 후후 불어가며 먹었다. 제법 김채도 올리고 열무김치 반찬 삼아서...

 

 

이건 먹기 직전에 한 번 휘이~~ 저었을 때 ^^;;

 

 

 

 

농협 앞에서 파는 햇동부 사다가 밥을 지었다.

가을에 먹는 햇동부 밥은 그냥 밥만 먹어도 너무 맛있다. 밥 좋아하는 나는 혼자 먹는 밥이니까 쌀만큼은 좋은 걸 먹는 인간이다. 고시히까리 쌀이라는 걸 여름 입구에서 10킬로짜리를 샀었는데 여름 지나면서 퍼러둥둥하게 곰팡이가 났지만 박박 씻어 오랫동안 불렸다가 밥을 지었더니 제법 윤기가 돌았다.

어쨌든 그 쌀은 다아 먹어 치웠고 지금은 햅살은 아니지만 새 쌀을 사왔다.

울엄니표 배추김치랑 먹으면 맛있다. 울 사촌언니 왔다가 김치랑 밥 두 공기 먹고 갔다는 후일담....

 

어쨌거나 먹는 일에 예전처럼 힘을 쏟거나 마음이 가진 않지만 사람으로 살면서 먹는 즐거움이 없어지면 그것도 슬플 것이다. 무엇이든 다아 맛있고 침 질질 흘려가며 먹는 날이 오겠지... 지금은 사실 사진만 봐도 더부룩 한 것이 영... 불편한 뱃속이다.